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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까운 상영관에서 <나의 그리스식 웨딩>이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다. 퇴근 무렵에 바쁘게 내린 결정이라서 보러 가면서도 내심 걱정이 됐다. 항상 어떤 결정을 내리고 나면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나의 못된 습성이 요동을 쳤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곳이 지방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수도권에 비해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범위도 좁을 뿐더러 여건도 제대로 조성돼 있지 않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지역 주민을 ‘문화생활의 이단아’라는 말로 자신들의 문화적 낙후성을 보상받으려 하기도 한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나도 그 말에 일부분은 동조한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문화생활 분야 중 가장 하위급(?)에 속하는 상영관은 영화가 개봉되면 자연스럽게 사람이 가장 많이 붐비는 장소 중 하나가 됐다. 나도 항상 오롯한 경제생활과 인간생활을 위해서는 반드시 문화생활이라는 촉매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무엇이든 즐기려는 습관 때문에 자주 상영관을 찾곤 한다.

어쨌든 극장에 도착했을 때는 일곱 시를 좀 넘은 시간이었다. 부랴부랴 표를 끊고 자리를 잡았다. 많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들어갔으나 눈에 띌 정도로 좌석이 텅 비어 있었다. 또 한번 불안과 초조함을 느끼며 ‘내 선택이 잘못됐구나’하는 생각을 하는 가운데 영화는 시작됐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걱정은 ‘아니올시다’였다. 너무 흥미 있고 즐거우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한마디로 좋은 영화였다. 어떤 종류든 열정적인 사랑 앞에서 무너져버리는 여성들은 반드시 봐서 느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받았다.

우리집 가풍은?

부모님의 아가페적 사랑과 한 남자의 자신을 향한 에로스적 사랑 앞에서 여주인공 ‘툴라’는 많이 흔들리지만 아가페적 사랑을 바탕으로 에로스적 사랑을 아주 멋지게 연주했다. 그렇게 반대하면서도 딸의 행복을 위해 ‘제논(그리스인들이 미국인을 폄하하는 말)’이라고 무시했던 미국인을 사위로 맞으며 내심 딸의 행복을 빌고 또 비는 아버지 앞에서 많은 갈등을 한 툴라는 결국 두 가지를 얻을 수 있었다.

툴라의 상대인 미국인은 문화와 풍습이 너무 달라 갈등과 오해를 겪는다. 그러나 자기가 사랑하는 여성을 위해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공감하며 생활하는 모습은 흡사 백마 탄 기사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그가 더 멋지고 아름다워 보인 이유는 툴라네의 가풍을 인정하고 소중하게 다루어준 데 있을 것이다. 당신 없으면 못살아 하다가도 막상 정말 힘든 상황이 닥치면 없어져버리는 그네들의 패기는 제논이라 무시했던 미국인 남성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힘든 상황에서 더 단련되며 강화된 것이다. 물론 영화여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우린 명심할 것이 있다. ‘시집가면 시집식구?’란 말을 우리는 자주 들었으며 그 말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툴라의 멋진 조율 앞에서 우리네 친정의 가풍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지혜를 길러야 함을 배울 수 있다. 시집의 가풍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도 우리 집안의 멋지고 아름다운 풍습을 내세울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내 자식들에게도 이런 가풍을 알려주고 물려주는 정말 현명한 여성이 돼야 한다.

여성이들이여! 우리는 이런 여성이 돼야 하지 않겠는가? 중간에서 시집과 친정을 아주 멋지게 연주하는 툴라처럼 내 자식과 그 후손들에게 나의 증조 외할머니네 가풍은 이러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장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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