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퇴출’ 성추행 의대생,
타교 졸업 후 의사면허 취득 눈앞
의사 면허취소 후에도 재교부 쉬워
의료계도 “시스템 바뀌어야”

지난 2011년 6월, 고려대 정문앞에서 한 졸업생이 의대생 성추행자들을 출교조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학교는 이후 성추행자들에 대해 출교 조치를 내렸다. ⓒ뉴시스
지난 2011년 6월, 고려대 정문앞에서 한 졸업생이 의대생 성추행자들을 출교조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학교는 이후 성추행자들에 대해 출교 조치를 내렸다. ⓒ뉴시스

2011년, 많은 이들의 분노를 일으켰던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이 8년 만에 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실형 선고 후 고려대에서 퇴출당했던 가해자 A씨가 성균관대 의대 졸업과 의사 면허 취득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A씨는 2011년 4월 고려대 의대 재학 당시 술에 취한 동기 여학생을 다른 남학생 2명과 함께 성추행하고 이를 불법 촬영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A씨는 모친과 함께, 피해 여학생에 대한 허위 문서를 배포해 2차 가해를 해 명예훼손 유죄를 받아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인물이기도 하다.

고려대에서 퇴출당한 A씨는 복역 중 2014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해 성균관대 의대에 입학했다. 뒤늦게 A씨가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성균관대 의대 학생회는 “성범죄 전과를 보유한 사람이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되는 것에 법정 제재가 없음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균관대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학교의 공식입장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현행 제도로는 성범죄자가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의사국가고시는 매년 1월 의대·의전원 졸업자·졸업예정자를 상대로 치러지는데, 합격률은 90~95% 수준이다. 현재 성균관대 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A씨는 이변이 없는 한 내년에 의사 면허를 취득할 가능성이 높다. 의료법 제 8조는 마약 중독자와 금치산자·한정치산자, 의료관련 법률 위반자만을 결격 사유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성범죄 의사 검거현황’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성범죄를 범한 의사는 2008년 44명에서 2017년 137명으로 약 3배 넘게 증가했다. 이중 강간·강제추행과 같은 악질 범죄는 804명으로 전체 검거자의 92%를 차지했다. 하지만 여성을 상대로 불법영상을 찍은 의사나, 마취한 여성 환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를 의사들도 버젓이 진료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의료인이 성범죄를 저질러 입건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아도 금고형 이상을 받아야만 면허가 취소된다.

문제는 면허가 취소 되더라도, 다시 교부받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복지부에는 재교부를 판단할 기준이나 심의기관이 현재는 없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의료 면허 재교부 신청 및 결과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면허가 취소된 의사가 재교부를 신청한 41건 중 40건이 재교부 됐다. 성범죄자의 경우 의사 면허를 취소하거나 정지시키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반면 변호사나 세무사, 공인회계사 등의 다른 전문직은 금고 이상 처벌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된다. 생명을 다루는 분야인 만큼, 의료법에 강력한 규정과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한국은 의사면허관리 기구가 없다. 동료평가 위원회, 전문가 윤리 위원회 등을 통해 동료들조차 인정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 복지부에 제청하는 방식의 시스템이 빨리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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