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 성착취 카르텔이 ‘적폐’다
남성들 성착취 카르텔이 ‘적폐’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9.03.21 15:36
  • 수정 2019-03-21 1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사기한 연장 없다’던 법무부
대통령 한 마디에 두 달 늘려
강제수사권 없어 실효성 논란도
피해자 명예 회복 시키고
연루된 권력층 강력 처벌해야
박상기 법무부장관(사진 오른쪽)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과거사위원회 활동 및 버닝썬 수사 관련 법무부·행정안전부 합동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상기 법무부장관(사진 오른쪽)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과거사위원회 활동 및 버닝썬 수사 관련 법무부·행정안전부 합동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한 마디에 이튿 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기자들을 모아놓고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 활동을 두 달간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여성단체들의 숱한 요구에도 ‘조사기한 연장은 없다’던 법무부 입장은 한 순간에 바뀌었다. 조사단은 주어진 시간이 당초 요구보다 넉 달이나 짧지만, 마지막까지 철저히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강제수사권한이 없는 조사단이 짧은 시간동안 드러난 모든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조사와 별개로 수사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뜨겁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장자연 리스트’ 사건 등의 조사를 위해 조사단 활동 기한이 5월까지 두 달 늘어났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조사기한을 늘려달라는 조사단의 요청을 수용했고 법무부가 최종 결정했다.

박 장관은 19일 “장자연 리스트 사건과 김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은 우리 사회 특권층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들이 부실수사를 하거나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은폐한 정황들이 보인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켜왔다”며 “법무부는 이러한 의혹을 해소하고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은 여성에 대한 성착취 문제를 공론화한 인권 침해 사안이다. 여성단체는 남성 가해자들이 여성을 뇌물과 상납의 도구로 삼고, 남성 간의 연대를 공고하게 하는 수단으로 악용했다고 비판해왔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033곳 여성단체는 성명을 통해 성착취로 연결된 남성 카르텔이야 말로 한국사회가 뿌리뽑아야 할 적폐라고 강력 비판했다.

장자연 리스트는 2009년 3월 배우 고 장자연(당시 29세)씨가 ‘유력 인사들의 술자리 접대와 성상납을 강요받았다’는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처음에는 단순 자살 사건으로 알려졌지만 자필 문건이 발견되면서, 이 사건은 권력형 성접대 문제와 여성 연예인들의 인권 문제로 주목받았다. 당시 장씨는 유서를 통해 언론사 관계자, 금융인, 기업인, 연예기획사 대표 등 31명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밝혔다. 당시 검찰은 이 가운데 20명을 수사했으나 유력인사들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김 전 차관 사건은 2007~2008년 벌어졌다. 2013년 김 전 차관 등이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강원도 원주의 한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경찰은 동영상 속 인물을 김 전 차관으로 특정하고 특수강간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동영상을 찍은 시점을 정확히 알 수 없고, 동영상 속 여성을 특정할 수 없다는 등 이유로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이듬해 동영상 속 인물이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김 전 차관을 고소했으나 검찰은 진술 신빙성 부족 등을 이유로 또 다시 불기소 처분했다.

조사기한이 연장됐으나 드러난 의혹을 모두 밝히기는 현실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더구나 강제수사권한이 없는 조사단은 피조사자가 소환에 불응해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진상규명의 걸림돌이다. 실제 김 전 차관은 조사단의 소환 요구에 연락도 없이 불응했지만 달리 손 쓸 방법이 없었다. 다만 박 장관이 조사 과정에서 범죄사실이 드러날 경우 검찰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내비치면서 조사와는 별개로 수사가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김 전 차관 사건은 특수강간 의혹과 함께 정·재계와 전·현직 군장성까지 개입됐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어 검경 부실수사와 수사무마에 대한 의혹을 철저히 조사가 이뤄질 지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장자연 리스트 역시 사건 은폐 의혹과 함께 일부 공소시효가 남은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가해자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가가 나서서 성폭력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이번 조사가 가해자는 죗값을 치르고 피해자는 명예 회복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랬다.

고(故) 장자연씨 사건 증언자 윤지오씨가 15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열린 검찰 과거사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및 ‘고(故) 장자연씨 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고(故) 장자연씨 사건의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 증언자 윤지오씨가 15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열린 검찰 과거사위원회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사건의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피해자·증언자, 철저한 진상규명 호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폭력 사건’(이하 김학의 사건)의 피해자는 사건 이후 6년 가까이 흘렀지만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지난 15일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기자회견에 나선 그는 “지금도 많이 힘들고 떨린다”고 했다. “그들의 협박과 권력이 너무 무서워 몇번의 죽음을 택했다가 살아난” 피해자는 “단지 동영상뿐만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는 “그들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탄원서를 통해 “검찰 수사는 내게 수치심을 줬고, 검찰 과거사위 조사팀은 내게 ‘희망을 갖지 말라’고 말했다”며 “검찰의 요구대로 진술과 증거를 가져갔지만, 부족하다는 말뿐이었다. 지금도 답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는 “제 3자들을 통해 들려오는 그들의 협박과 권력이 무서워 세상에 진실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며 “제발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장자연 리스트’의 목격자이자 증언자인 배우 윤지오씨도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동영성 촬영팀과 함께 다니며 24시간을 기록하고 거처도 매일 옮겨다녔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씨의 신변을 보호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5일 만에 20만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현재 윤씨는 여성가족부와 검찰, 경찰의 공조로 안전가옥에서 지내고 있다.

윤씨는 장자연씨 사망 이후 10년 간 15회에 걸쳐 검찰과 경찰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최근에는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된 10년간의 기록을 담은 책 『13번째 증언』을 통해 해당 문건에서 동일 성씨를 지닌 언론인 3명의 이름을 봤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제가 여러 매체를 통해 인터뷰를 하는 이유는 사실을 전달하고, 여러분도 아셔야 할 권리이기 때문”이라며 “가해자가 한 번이라도 보라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인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