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포럼 – 공부의 모든 것]

에듀테크포럼 회원사들이 돌아 가며 재능기부로 기고하는 글입니다. 다양한 사교육 현장 경험을 기반으로 독자들께 도움 드리고자 합니다. 이 글은 여성신문의 공식적인 의견과 무관합니다. <편집자 주>


어린 자녀가 웹툰을 보는데요??

나와 만화의 인연은 시간을 거슬러 초등학교 3학년으로 올라간다. 새로 만난 짝꿍은 학기 초부터 폭풍 인기를 구가했는데 그건 잘 생겨서도 아니었고, 말을 재미나게 해서도 아니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만화를 잘 그렸기 때문이었는데, 덕분에 쉬는 시간 마다 짝꿍 옆에 있는 내 책상까지 붐비기 일쑤였다. 짝꿍의 만화를 보기 위해 반 아이들은 물론 다른 반 아이들까지 몰려 드는 일을 겪고 있으려니 ‘도대체 저것이 무엇이길래 저리도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 한단 말인가?’ 라는 의문이 들어 조용히 연필을 들어 연습장에 짝꿍의 그림을 따라 그려보았다. 그 순간 “어? 야~!! 얘도 만화 그린다~!!” 하는 외침과 함께 아이들의 관심이 나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나로서는 무척 신선한 경험이었는데 수업이 시작되고 아이들이 물러 가자 짝꿍이 조용히 한 마디를 건넸다.

야, 너도 만화 좋아해?”

“응? 만화가 뭔데..?”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만화책이라는 건 구경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짝꿍의 질문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짝꿍은 놀란 토끼 눈으로 눈을 깜빡이더니,

“너 오늘 우리 집에 갈래?”

하고 제안을 했고, 수업 후 찾아간 짝꿍의 집에는 본인의 방은 물론이요 안방까지도 사면이 만화책으로 가득하였다. 그 풍경은 내게 그야말로 신세계요 천국이었는데 짝꿍은 그런 내게 같이 만화책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수락한 나는 이후 매일매일 그 친구의 집에 놀러 가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그 뒤로 만화가라는 꿈을 쫓아 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사회에 진출해서 첫 도전은 모바일 분야의 소프트웨어 개발, 솔루션 개발이었다. 여러 가지 사업 뒤에, 나는 수 많은 시간을 돌고 돌아 마치 운명같이 웹툰 사업을 선택하게 되었고, 초등학교 3학년부터 20대 중반까지 내 인생을 채웠던 만화적인 감성과 이후 40대 초반까지 나를 채워온 IT 사업의 경험이 결합되어 <아이나무툰>이 탄생하였다.

만화가 펼치는 상상력은 아이만이 아니라 어른에게도 해당된다. 그림_서범강
만화가 펼치는 상상력은 아이만이 아니라 어른에게도 해당된다. 그림_서범강

 

<아이나무툰>은 유년기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만화 월간지 <보물섬>의 웹툰 버전이다. 많은 사람들이 웹툰이라고 하면 오락용 만화를 떠올리고, ‘어린이’ 웹툰이라고 하면 ‘그야말로 교육용 만화’를 떠올리는데 <아이나무툰>은, 그저 감동적인 어린이 용 ‘만화’를 공급한다.

아이들에게 상상의 장을 펼쳐주는 웹툰 플랫폼 아이나무툰 ©아이나무툰
아이들에게 상상의 장을 펼쳐주는 웹툰 플랫폼 아이나무툰 ©아이나무툰

 

아이들 용 ‘교육’ 콘텐츠는 이미 차고 넘친다. 나는 ‘공부와 생활에 지친 아이들이 마음의 위로를 받고, 즐거움과 감동을 경험하며 힐링 되어 다시 공부할 수 있는 준비 단계’를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부모들의 추억을 연계하는 <검정고무신>, 아이들이 좋아하는 <또봇>이나 <바이클론즈> 같은 시리즈 등의 재미와 감동 위주의 콘텐츠들이 탄생하였다.

특히, <또봇> 연재 때에는 소중한 경험을 하였다. 원작회사인 레트로봇과 함께 <또봇> 애니메이션에 일반인을 초대하여 실제 성우가 되어 보도록 하는 이벤트를 했을 때였다.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자 기획한 것이었고, 당연히 아이들이 신청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신청자는 대학생이거나 사회 초년생들이었다. 심사장에서 나는

“이번 이벤트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기획한 건데 이렇게 어른들이 기회를 다 뺏으면 되겠냐~”

라고 했다.

그러나 그건 나의 짧은 생각이었다. <또봇>이 처음 방영되었을 때, 유치원을 다녔거나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아이들이 <또봇>을 보고 자랐고 이제 대학생이나 회사원이 된 것이었다. <또봇>은 그 오랜 세월 동안 시리즈를 이어왔는데, 성우 이벤트 지원자들은 바로 그 기나긴 시간을 놓치지 않고 <또봇>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관심을 지켜온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또봇>을 사랑하게 된 이유도 각양각색이어서 한 쪽 귀가 안 들리거나 한 쪽 다리가 불편한 이는 <또봇> 속 주인공이 장애를 딛고 이겨내는 모습을 보며 ‘나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라는 의지를 갖게 되었고,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던 이는 늘 완벽하지만은 않은 주인공들을 보며 동질감을 느끼고 작품 속의 희망적인 메시지를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 받기도 하였다. 또 어떤 이는 <또봇>의 변신 원리를 보며 로봇공학자가 되기로 마음먹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기도 하였다.

나는 부모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상상력을 펼치고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웹툰을 제공해 주길 바란다. 부모의 교육적 역할이 좋은 학원을 선별해서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것 외에도 좋은 웹툰을 같이 보며 아이들이 꿈을 키워 나가도록 돕는 것도 포함되길 희망한다. 어린 시절 접하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는 인생 전체를 아우르며 한 사람의 인생을 잡아주고 세워주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간접적인 경험이 될 수 있는 좋은 스토리를 제시해주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며 그 유효한 방법 중 하나가 만화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아이나무툰에서 제공된 웹툰 후룬벨 초원 ©아이나무툰  

 

“그건 만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하하. 만화같은 소리 하고 있네~”

사람들은 현실적이지 않거나 뭔가 엄청난 일을 표현할 때 만화같은 일이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만화 속에서나 볼 것 같았던 첨단 과학 기술이나 마법으로나 가능할 것 같던 일들이 전부 현실로 이루어지고 우리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생활하고 있다. 지극히 만화같은 일들이 세상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만화적인 상상력은 그 어떤 공부보다 더 아이들의 성장에 중요한 요소이다.

처음에는 어린이를 위한 웹툰만 잘 해도 정말 기특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내가 만든 플랫폼 <아이나무툰>은 이제 EBS와 함께 국내 최고의 어린이 교양, 학습 웹툰 플랫폼인 <EBS툰>으로 발전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리고 웹툰을 넘어 출판, 애니메이션, 영상동요, 게임은 물론 테마파크 전문 미디어 콘텐츠까지 발전하는 중이다. 어린이를 위한 콘텐츠의 확장은 무궁무진하다.

서범강

아이나무 사업총괄이사. 꿈과 희망이라는 단어에 인생을 걸고 있는 콘텐츠 제작자이자 사업가이다. 콘텐츠를 통해 과거, 현재, 미래의 세대를 연결하고, ‘나의 작은 시도가 세상을 따뜻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데 변화를 줄 수 있다면 내 생은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자 아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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