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부모가 바라본 NEIS

부모는 아이에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 정의, 옳고 그름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평소 지론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얼마 전 내 아이가 보는 앞에서 버젓이 거짓행위를 하고야 말았다. 찢어지는 가슴과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눈물을 참으며 말이다.

사연은 이렇다. 아이가 초등학교에서 ‘가정환경조사서’라는 것을 가져왔다. 그곳에는 엄마와 아빠의 인적사항 등을 기재해야 된다. 그러나 우리 가정은 이혼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이기 때문에 아빠의 인적사항을 적는 란은 공란이 돼야했다. 또한 지난 해 아이 담임선생님께 가정 환경을 말씀 드리고 심리적으로 받았던 따뜻한 지지들을 생각하면 새 담임선생님과도 상담을 통해, 학교-가정-아이의 생활이 원만히 이루어지도록 노력을 하는 것이 부모로서의 도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마음을 바꿨다. 한부모 가정이라는 사실을 아이 스스로 밝히기를 꺼려하는 한, 최대한 이를 비밀로 만들어버리자고 말이다. 왜 1년 사이에 내 마음이 이렇게 바뀌었을까? 그것은 바로 교육부가 강행하려고 하는 NEIS 때문이다. NEIS에는 학부모의 기본 인적사항은 물론이고, ‘자택촵전세촵월세 여부’와 ‘편모촵편부 여부’, 학생의 경우에는, 부적응아, 요선도학생, 연간 상담기록, 행동특성, 색맹, 처벌기록, 투약일지, 교우관계 등 상식선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항까지 기록하도록 돼 있어 아동과 학부모의 정보 유출은 물론, 인권침해의 소지, 특히 한부모 가정에 대한 몰배려의 인식에서 출발했음을 알 수 있었다.

지난해 한국여성민우회가 ‘한부모 자녀가 당당한 학교만들기’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발간한 자료집을 보면, 교사들의 대다수는 한부모 자녀에 대해 ‘수업 중 산만하다’거나 ‘의기소침, 우울한 심리를 가지고 있다’거나 ‘숙제를 제대로 안해 온다’고 보고 있다. 또래 친구들도 한부모 자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왕따’를 시키거나 모욕적인 언사로 심리적 상처를 주는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사실 근거라기보다는 편견에 의한 것이다.) 즉, 한부모 가정과 그 자녀를 둘러싸고 있는 우리 사회, 학교, 교우관계는 한 마디로 한부모 가정을 ‘비정상적 가정’으로 간주해 사회 구성원으로 올바른 대접을 해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볼 때, 만약 NEIS가 교육부의 강행으로 전국적으로 시행이 된다면, 한부모 가정의 자녀들 정보는 자신들이 원하지 않더라도 많은 교사들에게 공유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고, 해킹 등의 사고로 정보 유출이라도 생기는 날에는 주변 친구들, 이웃들에게 하루아침에 전파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게 됐을 때, 우리 한부모 가정의 자녀들이 입게 되는 상처는 어찌해야 할까. 누구에게 어떤 식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아니, 그것이 보상받는다고 해서 치유될 수 있는 상처일까. 이런 이유로,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차라리 거짓말을 하는 엄마가 되기로 작정을 했던 것이다. 올해는 그렇다고 하자. 하지만 내년에는, 그리고 그 다음 해에는 어찌해야 하나?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는 부모가 돼야 하는지. ‘선의의 거짓말이니 아이가 이해해주겠지’하며 자위를 할까?

헌데 나는 그럴 자신이 없다.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NEIS가 전국적으로 시행된다면 나는 차라리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을 생각이다. 현행법상 초등교육은 의무교육이라,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범법자가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봐서는 그 편이 낫지 않을까. 아이에게 물질적으로 큰 유산은 물려주지 못할 망정 거짓말하는 엄마가 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김정민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