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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를 다양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가족이 함께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과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민원기 기자>

주5일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 가족간의 친밀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2002년 6월 여성부가 실시한 주5일 근무제 관련 설문에서 응답자 가운데 57.2%가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가족과 함께 보낼 것’이라 답했다. 또한 ‘주5일 근무제가 가족간의 관계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9.4%가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그러나 맞벌이 주부인 이현주(36)씨는 그 답에 의구심을 보낸다.

시간 많아도 제대로 못 써

이씨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4세 딸을 둔 맞벌이 부부다. 남편 김씨와 이씨는 둘 다 회사원으로 주5일 근무제가 한참 얘기될 때 두 회사 모두 주5일 근무제를 실시했다. 시행 초 이씨는 여가시간이 늘었다는 생각에 주말 여행과 남편과의 대화시간을 계획했다. 그러나 막상 주말이 돼도 계획대로 시간을 활용하지 못한다. 이씨는 여전히 일주일 동안 밀린 집안 일과 아이 돌보기에 정신없고, 남편은 오랜만의 휴식이라며 집에서 뒹글거리며 TV 속에 들어가 헤어나지 못한다. 그나마 함께 하는 시간이라면 12시 전후와 오후 5시경으로 함께 식사를 준비하거나 식후 설거지 정도 할 수 있다. 이씨는 “초창기 몇 번은 1박2일로 놀러 가기도 했지만 나들이도 한두 번이지 항상 나갈 수는 없다”며 “집안에 함께 있기는 하지만 그야말로 각자 놀고 있다”고 말한다.

송호대학 윤소영(37) 교수는 “맞벌이 부부는 서로 사는 방법이 다르다. 주말 여가시간이 하루 더 늘었다고 부인의 가사노동이 줄거나 남편의 참여도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가족이 함께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의 전환과, 실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12월 한국가족자원경영학회 주최로 한 ‘주5일 근무제와 가족자원의 변화 - 실태와 전망’ 학술대회에 발표된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주5일 근무제 실시에 따른 가족관계의 변화를 상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설문조사는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한 회사의 남편 182명과 아내 182명을 대상으로 가족관계, 가사노동의 변화에 대해 면접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부관계가 더 돈독해졌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남편 74.7%, 아내 76.4%로, 큰 변화가 없다거나(남편 22%, 아내 19.8%) 갈등이 심해졌다고(남편 3.2%, 아내 3.8%) 응답한 사람들 보다 훨씬 많았다. 또한 부부간의 대화시간이 늘었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남편 80.2%, 아내 73.6% 였으며, 변화가 없다고 응답한 아내들(23.6%)이 남편들(18.7%)보다 더 많았다. 반면, 가족여행이나 자녀와의 놀이, 부부공동의 여가활동 등에서는 30~40% 이상의 응답자들이 이전과 비교해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실제 변화가 없으면서도 뭔가 가족과 함께 해야겠다는 당위성 때문에 대화시간이 늘었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 실질적인 활동은 부재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이는 남성들이 회사에서 은퇴한 이후 오히려 황혼이혼이 부쩍 느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특히 남성들의 경우 가족은 이뤘지만 일주일 내내 회사와 직장일에 찌들려 집안일이나 육아, 교육은 부인에게 전담시켰다. 대부분 술에 취한 모습으로 들어오거나 모처럼 휴일이라고 해도 신문이나 텔레비전 보기, 부인에게 투정부리기로 피곤하고 짜증스런 모습뿐이다. 말 그대로 여가가 늘었다면 은퇴 이후일 텐데 오히려 가족과 마찰이 일어나는 것은 아버지의 역할이 아닌 혼자 놀기의 진수 ‘가장 놀이’만 번복했기 때문이다. 주5일 근무제도 마찬가지다. 가족과 함께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과 노력이 없이는 결국 은퇴이후에나 볼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그대로 되돌아 올 뿐이다.

가족여가 프로그램 필요

이화여대 천혜정 강사는 “주5일 근무제로 인해 늘어난 자유시간 자체만으로 가족 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없다”며 “가족이 여가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며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는지, 또 어떤 과정을 거쳐 공동의 활동에 참여하는가가 보다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노년기에는 분명 시간이 많다. 그런 여가시간에 부부가 함께 여행을 하거나 즐기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아버지는 쓸모 없는 존재가 된다”며 “성역할과 관련한 공동의 여가활동이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힘들어도 더욱더 함께 찾아가야 한다”고 권고한다.

그는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바람직한 여가활동의 예로 월드컵을 말했다. “월드컵 당시 축구에 관심이 있든 없든 가족 단위로 함께 옷을 맞춰 입고 광화문에 모여 응원을 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이렇듯 기회만 주어진다면 무언가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여가활동 프로그램에 있어서도 각자 알아서 찾으라고만 하지 말고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적 지원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각 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전업주부나 학령전 유아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치중하지 말고 주말에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이외에도 설문조사에서 눈여겨 볼만한 내용은 부부관계의 측면에서 성관계 횟수가 증가하였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응답자의 77% 정도가 변화가 없다고 해 수치상으로만 보면 결과상 큰 가치는 없다. 그러나 응답자 중 일부 남편(35명)과 아내(34명)가 성관계가 늘었다고 보고해 여가와 성생활의 관계를 고려해 볼 만하다.

동김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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