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종차별철폐의날①] 한국에서 흑인여성으로 살아가기, 쉽지 않다
[국제인종차별철폐의날①] 한국에서 흑인여성으로 살아가기, 쉽지 않다
  • 진혜민 수습기자
  • 승인 2019.03.21 10:12
  • 수정 2019-03-21 1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블랙 위민 인 코리아(BWIK)’ 모임
단일민족·가부장적 한국서
‘흑인’ ‘여성’이라 차별 더 느껴
“공격적이다” “백인만 고용” 들었다
구글은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블랙 걸 매직’(Black Girl Magic)이라는 비디오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 ‘성추행 폭로’에 가담한 여자 체조 4관왕 시몬 바일스, ‘화상 사고’를 극복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샬롬 촘 등 자신의 세계를 개척한 흑인 여성들의 강인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담았다. 구글은 “살아있는 전설부터 미래의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블랙 걸 매직’을 원하고 있다”라는 글을 함께 실었다. ‘블랙 걸 매직’은 흑인 여성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놀라움을 의미한다. 2013년부터 시작된 #블랙 걸 매직은 흑인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해 계속돼 왔다.
구글은 “살아있는 전설부터 미래의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Black Girl Magic’을 원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글을 이 영상과 함께 게재했다. ⓒ구글
구글은 “살아있는 전설부터 미래의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Black Girl Magic’을 원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글을 이 영상과 함께 게재했다. ⓒ구글

 

“은근한 차별을 많이 느낍니다. 머리카락을 만져보는 사람도 있어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제 옆에 앉지 않으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어학원에서 백인이 아니라고 채용을 거절하거나, 흑인이라서 채용한다는 말을 내놓고 할 때는 참 어이없어요.”

최근 SNS 중심으로 <블랙 위민 인 코리아(Black Women In Korea, 이하 BWIK)>라는 모임이 생겼다. 한국에 사는 흑인 여성만 가입할 수 있는 이 모임 회원은 900명이 넘는다. 회원들은 한국 생활 10년이 넘은 사람부터 최근에 온 사람까지 다양하다. 직업은 사진작가, 교사, 간호사 등 각색이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인종, 젠더에 대한 민낯을 생활 속에서 경험한다. 인종적으로는 백인에 대한 시선과 확연히 다른 시선을 느낀다. 젠더로는 흑인 남성을 보는, 혹은 신비화하는 시선과 또 다른, 이중의 차별적 시선을 경험한다.

오는 21일 ‘국제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기념해 BWIK 회원 세 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AshleyAllen
‘국제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기념해 BWIK 회원 세 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AshleyAllen

한국에 온 지 4년 된 A(30)씨. 전남 광양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똑같은 흑인이라도 성별에 따라 다르게 본다. 여성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말한다. “제가 만나 한국 사람들은 흑인 남성을 대체적으로 유명 래퍼처럼 ‘스웩’(swag)있다고 인식합니다. 반면 흑인 여성은 그런 성격을 인정받지 못해요. 성적인 대상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왔다 대학 졸업 후 다시 돌아와 서울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고 있는 B씨(25)는 “많은 한국인들이 흑인 여성에 대해 ‘목소리가 크다’ ‘공격적이다’하는 식의 고정관념을 갖고 있으며,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고유한 성격에 대해 이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B씨는 그 예로 얼마 전 지하철에서 겪은 황당한 소동을 전했다. “옆자리 앉은 중년 여성 둘이 뭐라 뭐라 말을 하더니 대뜸 제 머리카락을 만지려고 했습니다. 한국인 남자친구가 큰 소리로 항의하면서 겨우 그들을 말릴 수 있었습니다.”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적 시선은 미국,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금기시되었지만 ‘단일 민족’ 신화가 지배적인 한국에서는 여전히 외국인, 특히 유색인에 대한 차별이 온존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국내 프로 야구, 프로 농구 등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서 흑인 남성 선수들이 활약하면서 유색인 남성에 대한 차별 시선은 어느 정도 완화된 데 비해 흑인 여성에 대한 차별은 이중적으로 남아있는 게 현실이다. 취업에서도 흑인 여성들은 인종 차별과 성차별을 경험한다. 서울 등 수도권의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C씨의 경험은 다른 흑인 여성들이 겪은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면접 후 원장으로부터 (수강생들이 선호하는) 백인이 아니기 때문에 고용하고 싶지 않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종잡을 수 없는 건, 다른 학원에서는 또 제가 흑인 여성이기 때문에 저를 고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거죠.” 앞서 B씨도 비슷한 경험을 말했다 “이전에 대학교에서 구직을 할 때 통계를 보니 흑인 남성의 취업률이 흑인 여성보다 더 높았습니다.”

BWIK는 이런 경험들을 나누고, 한국 사회의 인종적 편견과 젠더 차별의 벽을 무너뜨리기 위한 일들을 계획하고 있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이 모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D(28)씨는 “일자리 정보를 나누고 차별 문제에 대한 연대를 통해 여성들의 삶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모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인종 차별뿐 아니라 다양한 여성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한국 전역에 살고 있는 많은 흑인 여성들이 이 모임에 참여하기를 원합니다.” BWIK는 회원들 간의 친목 도모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만남을 가진다. 소통은 주로 SNS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들은 함께 북악팔각정 같은 명소를 찾으며 결속을 다지기도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