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 인권위 권고에도 불구
성소수자모임 현수막 설치거부
장신대, 반동성애 서약 받아
성소수자 차별에도 대책 없어

숭실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이방인은 현수막 게재 불허에 맞서 5일 ‘인간 현수막’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방인 제공
숭실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이방인은 현수막 게재 불허에 맞서 5일 ‘인간 현수막’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방인 제공

 

대학 내 성소수자 차별을 막을 대책이 없어 문제다.  

숭실대 성소수자 모임 이방인은 5일 ‘숭실에 오신 비/성소수자 모두를 환영합니다’라고 쓴 현수막을 사람이 직접 들고 서 있는 '인간 현수막'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지난 2월 이 대학 학생서비스팀이 같은 내용의 현수막 설치를 불허한데 항의하는 이벤트였다. 학교는 "기독교 정체성을 지키려는 건학 이념"을 이유로 설치를 거부했다. 

숭실대는 ‘동성애자 시위관련 숭실대 입장’을 내놓았다. 입장문에서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려 했기에 불허한 것”이라며 “현행 헌법상 동성결혼을 불허하고 있고 군에서도 동성애는 처벌 대상임을 고려할 때 인권위 권고사항은 헌법을 넘어서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방인은 2015년에도 총여학생회와 인권영화제를 개최하며 성소수자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상영하고 감독을 초청하려다 학교측의 일방적 대관취소를 겪었다. 이에 관해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숭실대학교를 상대로 2015년 당시 대학내 성소수자 강연회·대관 불허는 집회자유·평등권 침해라는 판단을 내렸다. 성소수자의 성적지향이나 성 정체성에 관한 내용은 입시요강이나 학칙 등에 규정돼 있지 않으므로 학생들에게 충분한 설명이나 사전 동의가 있었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유정 이방인 대표는 “현수막 불허는 1월에 나온 국가인권위 권고를 무시한 처사”라며 “인간 현수막 퍼포먼스 당시 박수를 쳐주는 학우도 있었으나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끊임없이 혐오발언 게시물이 올라왔다. 학내여론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를 통해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공식적으로 집계 된 대학내 성소수자 모임 차원의 탄압은 네 건 이상이다. 현수막 훼손·철거, 행사 불허, 복장·SNS검열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2018년 장로회신학대학교는 학생들이 각각 빨강·주황·노랑·초록·파랑·남색 상의를 입고 무지개 깃발을 들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는 이유로 징계했다. 같은 해 한동대학교는 재학생 석모씨를 ‘자신이 폴리아모리(다자연애)로 사는 것을 공공연하게 드러냄으로써 기독교대학으로서의 한동대학교 설립 정신을 위배한 점’, ‘학생처가 허가하지 않은 모임을 강행한 점(페미니즘 강연)’을 들어 무기정학을 내렸다. 장로회신학대학교는 2018년 신입생부터 ‘반동성애 입학 서약’을 받고 있다. 장로회신학대학교는 여성신문에 “우리학교는 동성애를 반대한다. 찬성하면 다른 신학대학교에 가면 된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배경에는 2017년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102회 총회에서 가결된 “동성애자나 동성애 옹호자는 교단 소속 7개 신학교에 입학할 수 없다” 결의안이 있다. 해당 결의안에 동성애자와 성소수자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숭실대학교 학생 차모씨는 “성적 맞춰 대학에 들어왔을 뿐이고, 처음 입학 모집 당시 기독교계열의 대학이라는 사실을 전혀 안내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또 대한예수교장로회 계통의 한 신학대학교를 다니는 김모씨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깨닫는 데는 사람마다 시기가 다른데, 대학 입학 때 서약서를 쓰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기진 QUV 의장은 “현재 대학 내에서의 성소수자 탄압은 국가인권위를 통하는 것이 전부”라며 “에브리타임이나 SNS 등에서의 성소수자 혐오는 어느 대학이나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나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3,4년 전부터 보수 개신교는 체계적으로 전국에서 버스를 대절해 퀴어문화축제로 결집해 반대 집회를 여는 등 성소수자 반대 운동에 나서고 있다. 새로운 종교의 적으로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페미니즘과 성소수자를 설정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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