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시간 제한 외에
위치추적·사용내역 확인
인권침해 의견도
청소년 약 3명 중 1명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전기통신사업법에
청소년 유해차단 앱 설치 의무

서울시 주최로 열린 스마트폰중독 예방을 위한 캠페인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스마트폰끄기 스티커를 폰에 부착하고 '스마트폰 1-1-1 캠페인'을 홍보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시 주최로 열린 스마트폰중독 예방을 위한 캠페인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스마트폰끄기 스티커를 폰에 부착하고 '스마트폰 1-1-1 캠페인'을 홍보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중학생 아이를 둔 엄마인 A씨는 아이가 방과 후 거의 종일 스마트폰을 사용하자 스마트폰 중독이 걱정이 됐다. 담임선생님이 스마트폰 통제 앱을 소개한 것이 생각나 앱을 깔겠다고 아이에게 통보했다. 그러나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게 들어서 잘 알고 있는데 ‘앱을 깔면 방문 사이트 기록이 남는다’며 친구들이 ‘인권침해’라는 말을 한다”며 강력하게 반대했다.

A씨는 단순히 스마트폰 사용 시간만을 통제하고 싶었을 뿐인 데 이 앱을 설치하는 것이 ‘득인지 실인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실제로 학부모 중 스마트폰 통제 앱을 자녀가 반대해 깔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통제 앱은 부모들이 아이의 스마트폰을 정해진 시간만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시간이 지나면 아예 사용 불가능하도록 해 중독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이 활발하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8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3세~9세의 과의존 위험군은 20.7%, 만 10세~19세 청소년 과의존 위험군은 29.3%로 나타났다. 청소년 약 3명 중 1명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와 동법 시행령 제37조는 통신사업자가 청소년 유해매체, 불법음란정보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는 수단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법적으로도 청소년들이 앱을 무조건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동통신 3사 공식 대리점에 직접 확인해본 결과, 스마트폰 통제 앱은 부모와 아이가 선택해 가입할 수 있으며, 대부분 유료로 서비스되고 있다. SK텔레콤 대리점 관계자는 “초등학생의 경우, 부모가 위치추적을 위해 ‘쿠키즈’ 앱을 까는 경우가 많지만, 중학생들은 이 앱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쿠키즈’ 앱을, KT는 ‘올레 자녀폰 안심’, LG유플러스 ‘U+자녀폰지킴이’ 앱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스마트폰 통제 앱이 개발돼 대부분 유료로 서비스되고 있다. ‘패밀리링크’가 500만건 이상 다운로드돼 가장 점유율이 높고, ‘모바일펜스’(100만건 이상), ‘스크린 타임’(100만건 이상), ‘키즈 플레이스’(100만건 이상) 등도 인기가 많다.

그럼에도 국민청원에는 청소년들이 인권침해를 호소하며 이 앱들을 사용 금지시켜달라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청원자는 “‘모바일펜스’는 휴대폰 이용 시간 설정은 기본이고 자녀가 들어간 앱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통화·문자 내역과 위치추적, 네이버검색창에도 뭘 검색했는지 알 수 있다. 이는 인권침해이고, 이 앱 때문에 부모님과 다투고 역효과를 불러온다”고 호소했다. 다른 청원자도 “자녀폰안심·모바일펜스·쿠키즈 등 청소년 유해차단 어플 사용을 차단해달라. 유엔아동아동권리협약 16조에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 유해차단을 핑계로 사생활을 침해하는 어플들을 강력히 차단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또 아동 및 청소년들은 이들 앱에 대해 최하점 점수를 주는 ‘별점 테러’에도 나서고 있다. 강력한 기능으로 잘 알려진 ‘모바일펜스’는 위치 추적, 앱 종류별 이용시간 확인, 스마트폰 총 이용시간 한도 설정은 물론이고 웹사이트 목록, 문자 기록까지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청소년들의 별점 테러에 대해 ‘아이들의 별점 하나는 이 앱의 진가를 반증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스마트폰 통제 앱 인권침해 논란이 계속 되는 상황에서 주무 부처인 방통위는 오히려 지난 5일 서울시교육청과 정부의 무료 앱인 ‘사이버 안심존’ 소프트웨어를 확대하기 위한 제휴를 체결했다. 방통위 인터넷 윤리팀 김민지 주무관은 “2013년부터 앱을 서비스했지만 학교에서 설명회를 신청해야 이 앱 사용을 권유할 수 있는데, 서울시는 참여가 없는 편이라 이번 MOU를 통해 서울시 학교의 참여를 늘리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가 학교로 파견돼 앱에 대해 설명하고 자녀나 학부모가 이를 활용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관련 앱들이 ‘인권침해’라는 지적에도 이를 시행하는 이유에 대해 방통위는 “스마트폰 과의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인터넷 시민운동 단체인 오픈넷은 2016년 청소년에게 유해매체 등 차단 앱을 의무 설치하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이 “청소년 사생활 침해 및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위헌 판결을 내려달라는 헌법소원을 청구한 바 있다.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는 “이 법을 ‘스마트폰 감시 법’으로 부르는 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법이며, 부모나 청소년 동의 없이도 이통사가 의무적으로 앱을 설치하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스마트폰을 모니터링한다는 이유로 청소년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자기결정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또 “이 같은 앱은 보안이 취약해 해킹당할 우려가 있으며 이 경우, 청소년 정보가 노출돼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픈넷측은 “부모가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강제하다 오히려 사이만 나빠지는 부작용 사례가 많다”며 “부모와 자녀가 합의를 통해 앱 사용을 결정하고, 제한적인 기능만 되는 폰을 사주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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