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jpg

살랑거리는 바람과 함께 “우리 나가 놀아요!”하고 칭얼대는 아이의 목소리가 귓전을 간질이는 봄이 왔다. 나른한 일요일 오전, 이불에서 뒹굴기보다는 일단 아이 손을 잡고 대문을 나서보자. 갈 곳이 없다는 핑계는 이제 그만. 아이는 물론이고 나에게도 즐거운 하루를 선사할 전문박물관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홍준씨는 문화유산과 만나는 과정을 이렇게 표현하며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고 했다.

그의 말은 우리 주변에 있는 ‘전문박물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어린아이일수록 더 그렇다. 최근 <박물관 견학이 공부 잘하는 아이를 만든다>(오상)를 펴낸 한의숙씨도 유씨의 생각에 ‘동의’한다. 그는 이 책에서 “박물관에서는 당장 보이지 않아도 생각이 자라기 때문에 내 자신을 알아 갈 수 있는 좋은 장소가 된다”며 아이와 함께 전문 박물관 가기를 적극 추천했다. <박물관 견학이 공부 잘하는 아이를 만든다>는 한씨가 그의 아들 도훈(11)이와 전국의 전문박물관에 다녀와서 적은 견학문이 그대로 담긴 책이다.

~26-4.jpg

전문박물관을 찾아 고우!

‘박물관’ 하면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종합박물관 이름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한씨는 종합박물관보다는 전문박물관에 가볼 것을 권한다. “역사와 직접 대화하기 위해서는 전문박물관에 가는 것이 좋아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종합박물관처럼 유물들을 유리 안에 가두지 않아 아이들이 살아있는 역사공부를 할 수 있어요.”

실제로 농업박물관에서는 여치집을 만들거나 떡방아 찧는 일 등을 직접 해볼 수 있으며 짚풀생활사 박물관·옹기박물관 등에는 서민들의 유물이 많아 옛날 풍습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도훈이는 농업박물관에 여러 번 가면서 농사직설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 짚풀생활사박물관을 다녀오고 나선 보잘 것 없는 짚풀 하나가 훌륭한 물건의 재료가 된다면서 작은 물건 하나도 소중하게 여기겠다고 하더군요.” 역사와 인성교육이 함께 이뤄지는 순간이다.

한씨가 지은 책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전국 94개의 전문박물관 설명이 자세히 나와있으며 인터넷 사이트(www.koreaface.com/index.html, www.korea-museum.go.kr)에서도 전문박물관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경찰·국악·김치·옛돌·떡·등잔·만화·물·산악·신문·아프리카 미술·외교·자수 박물관 등 그 종류만 해도 백 가지가 넘는다.

박물관에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그러나 좀 더 욕심을 내 아이와 견학문을 써보면 어떨까. 견학문? 고루한 옛이야기라고 지레 고개를 흔들지 말자. 형식을 조금만 바꾸면 견학문 쓰기는 아이에게 즐거운 일이 되면서 박물관에 다녀온 효과도 100% 높일 수 있다. 직접 다양한 견학문 작성법을 개발한 한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처음에는 박물관에 다녀온 내용을 정리하는 일에서 출발했어요. 아이가 글을 모를 땐 ‘누에고치 만져보고 좋아함’하는 식으로 제가 아이를 관찰해서 적기도 했죠.” 한씨와 도훈이의 견학문은 이렇게 대화에서 비롯된 관찰기록문으로 출발했다. 박물관을 여러 곳 다녀왔다면 새롭고도 재미 만점인 방식을 도입해보자. “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나이라면 ‘사진첩 형식’을 해볼만해요. 될 수 있으면 아이가 사진을 찍도록 해 사진첩을 만들고 사진 밑에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물으면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내용을 적는 것이죠.”

~26-2.jpg

보고, 쓰면, 남는다

일기로 쓴 견학문을 따로 모아도 좋다. 추억의 자료일 뿐만 아니라 아이가 직접 꾸미는 전시회도 열 수 있다. “제일 인상깊었던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그림일기 형식’은 유치원생이나 저학년 아이에게 적절하며 초등학교 전학년 나이에는 일기로 쓰는 게 좋아요. 또 만화나 정해진 틀에 따라 글만 쓴 견학보고서, 사진과 팜플렛을 곁들인 견학기록문, 신문기사, 그림책 형식 등 견학문을 만드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죠.” 한씨의 책 속에는 그가 개발한 견학문 작성 방법이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궁금하면 책을 열어보시길.

한씨는 지난해 6월 그 동안 모은 사진과 견학문을 모아 ‘재미있는 이색박물관전’을 열었으며 오는 6월에도 박물관을 주제로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이번에는 도훈이가 직접 꾸미는 전시회도 준비했어요. 도훈이가 어릴 때부터 공룡을 좋아해서 책·인형을 비롯해 공룡에 관한 다양한 물건이 많죠. 그것들을 모아 ‘내가 만든 공룡 박물관’을 전시회장 안에 따로 만들 거예요.” 벌써부터 전시회 준비로 바쁘다는 한씨는 전시회를 위해 지난해 가지 못한 전문박물관 다니기에 여념이 없다. 동영상 견학문을 선보이기 위한 비디오카메라까지 들고서.

“때로는 나를 보고 극성엄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러나 한 달에 한두 번 아이와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너무 많아요. 저야 아이와 함께 대화하고 창작하는 시간이 어느새 제 일처럼 돼버렸으니까 좀 다르지만요. 이렇게 책을 낼 정도로요.” 머지 않아 박물관 인형극도 해보고 싶다는 한씨는 어느새 도훈이와 함께 ‘박물관 전시회 큐레이터’가 돼버렸다.

조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