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가 원치 않는
촬영·배포는 처벌 대상
유포된 영상 시청 행위는
현행법으로는 처벌 안돼
“영상 올리라” 적극 유도는
교사범으로 처벌 가능

사진=‘SBS 8뉴스’ 캡처
사진=‘SBS 8뉴스’ 캡처

온라인 메신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이하 단톡방)에서 불법촬영물을 함께 보고 유포를 부추기는 행위도 ‘디지털 성폭력’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법은 불법 촬영·유포는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유포된 영상을 시청한 것으로는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30·사진)은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단톡방에서 여성 다수를 불법촬영한 영상과 사진 등을 공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단톡방에는 빅뱅 승리 등 동료 가수와 지인들이 있었다. 정씨는 사과문을 통해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여성을 촬영하고, 이를 소셜미디어 대화방에 유포했고 그런 행위를 하면서도 큰 죄책감 없이 행동했다”며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앞서 12일 정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입건했다. 불법촬영·유포 행위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위반에 해당한다. 1항에는 촬영 대상자가 원치 않는 촬영을 하거나 유포하면 모두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촬영 대상자가 촬영에 동의하더라도 동영상 유포에 동의하지 않았는데 유포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정씨의 경우, 사실을 인정한 만큼 처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정씨가 유포한 불법촬영물을 함께 본 단톡방 참가자들도 처벌을 받느냐는 것이다.

SBS가 공개한 정씨의 단톡방 대화를 살펴보면, 단톡방 참가자들이 불법촬영물을 올리라고 부추기는 내용이 담겼다. 정씨의 지인 김모씨가 단톡방에 정신을 잃은 여성과의 성관계 영상을 올리자, 가수 최씨는 “살아있는 여자 영상을 보내라”고 부추겼다. 최씨의 요구에 김씨는 기절해서 플래시를 켜고 촬영한 거라고 답했고, 정씨는 “강간했네ㅋㅋ”라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정신을 잃은 여성이 촬영에 동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톡방에 올라온 동영상을 본 것만으로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 성폭력처벌법은 촬영·유포 행위를 처벌할 뿐, 유포한 영상을 단순히 보는 이들을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다만 해당 영상물을 다운 받아 다른 단톡방에 올리는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단톡방에 영상물을 올리라고 부추기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조현욱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는 성폭력처벌법은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와 ‘촬영물을 반포(유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면서 “불법촬영물을 단톡방에 올리라고 적극적으로 유도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있다면 교사범으로 처벌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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