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대구지법서

‘성폭력 가해자 역고소’에 대한 항소심 1차 심리가 지난 14일 대구지방법원 41호 법정에서 열렸다.

피고 입장에 선 대구여성의전화 김혜순·이두옥 전 공동대표는 “남성인 교수가 힘없는 제자와 조교에게 가한 행동으로 우리는 피해자에게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었다”며 “학내 성명서나 공개서, 홈페이지를 통해 이미 실명이 공개됐고, 우리는 더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성폭력 가해자의 실명 거론은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경고와, 성폭력이 매우 나쁜 범죄임을 사회적으로 환기시키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된다”며 “실명 공개가 사건 해결이나 가해자 처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성폭력 가해행위를 알려 피해자의 인권을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춘희 변호사는 “대구여성의전화는 여성인권 향상을 위해 일해 왔고, 이번 사건에서도 피해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 공공의 이익을 위해 여러 가지를 공개한 것”이라며 “다소 지엽적인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무죄가 선고됨이 마땅할 것”이라고 변론했다.

대구여성의전화 고명숙 사무국장은 “성폭력 사건의 속성상 하나의 사건이 은폐되면 제2, 제3의 피해자가 속출할 수 있다”며 “성폭력 사건 공개는 범죄 사실의 사회적 공표를 통한 재발방지와 예방 효과를 갖는다”고 말했다.

고 국장은 또 “가해자가 자신의 죄는 뉘우치지 않고 명예훼손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피해자의 인권을 다시 한번 무시하는 행위”라며 “성폭력 재발 방지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성폭력 가해자의 실명을 홈페이지 상에 거론한 것에 대해, 성폭력 가해자가 시민단체의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행위는 정당한 시민운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2001년 9월 성폭력 가해자인 K교수(당시 경산 K대학교)와 L교수(당시 대구 K대학교)는 대구여성의전화 전 공동대표 2인을 사이버명예훼손죄로 고소, 이듬해 약식재판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구여성의 전화는 이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식재판을 신청했지만, 같은 해 10월 똑같은 형량을 다시 받자 항소했다. 다음 재판은 21일 열린다.

심권은주 경북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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