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예술가의 삶과 예술] 이수영 작가 “잘 보이지 않는 소수자 이야기 하고 싶다”
[여성예술가의 삶과 예술] 이수영 작가 “잘 보이지 않는 소수자 이야기 하고 싶다”
  • 정필주 독립 큐레이터(예술사회학)
  • 승인 2019.03.15 08:55
  • 수정 2019-03-13 2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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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예술가의 삶과 예술] 이수영 작가 (끝)
퍼포먼스·설치작업 통해
우리사회 소외된 삶 드러내
“소수자는 강고해보이는
국가가 실은 강고하지 않고,
오히려 말랑말랑하며
유동적임을 보여주는 사람들”
이수영_서쪽으로 다시 오 백리를 가면_퍼포먼스_2010
이수영_서쪽으로 다시 오 백리를 가면_퍼포먼스_2010

 

퍼포먼스와 설치작업을 위주로 활동하는 이수영 작가는 우리 사회의 소외된 자, 소외된 삶들에 관심을 가지며 소수자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을 생산해오고 있다. 그에게 소수자는 비가시적이다.

“소수자라고 하면 눈에 보이는 소수자가 있다. 남성에 있어서는 여성, 어른에 있어서는 어린이, 국민국가에 소속된 주민등록증을 가진 자와 난민 등. 그런데 이런 눈에 보이는 소수자 말고, 그런 관계를 애매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가 관심을 갖는 소수자는 이렇게 민족, 지역, 국경 등의 굵직하고 거대한 기존의 사회적 카테고리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의 작업 ‘서쪽으로 다시 오 백리를 가면’(2010)은 가리봉동 조선족의 문화에 영감을 받아 만든 작업이다. 그러나 이 조선족을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다문화의 한 카테고리로서의 소수자와 일치시키는 것은 곤란하다. 이수영 작가는 이들과 생활하며 작업할 당시, “가리봉동 조선족을 소수자라고 말한다면, 그들이 이민자여서 일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때로는 자신이 거대 대륙 중국의 국민이라는 것을 앞세우다가, 때론 잘사는 자본주의 남한의 동포임을 내세우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렇게 한 개인에게 나타나는 다층성은 손쉽게 민족, 지역, 국적 등의 거대 범주로 포섭될 수 없다. “사회주의 교육을 받고 중국에서 성장한 뒤 자본주의 남한을 찾아온 이들은 이주를 거듭하면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왔다갔다하는 존재”다. 이렇게 이수영 작가에게 소수자란 “강고해보이는 민족이나 국가가 실은 강고하지 않고, 오히려 말랑말랑하며 유동적임을 보여주는 사람들”이다. 

이수영_물귀신과 해병대_퍼포먼스_2012
이수영_물귀신과 해병대_퍼포먼스_2012

 

최근 그가 관심을 갖고 작업 중인 것은 일제강점기에 대구의 성매매집결지에 살며 어린 시절을 보낸 한 일본인의 삶에 대한 것이다. “그 일본인은 가해국의 국민이기 때문에 가해자로 불리긴 하지만, 그 사람의 삶은 철저히 소외되었다. 어린 시절을 식민지땅에서 보냈고, 본국에 돌아가서는 식민지 출신이라서, 또 유곽에 살았던 이력 때문에 소외되는 식이다.”

이수영 작가는 소수자를 얘기하면서 여성을 곧바로 소수자로 규정짓는 것을 경계했다. 그에게 있어 여성이라는 범주는 남성과 여성에 덧씌워진 기존의 이데올로기를 질문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의 눈에는 가해자로, 또 누구에게는 피해자나 기회주의자로도 여겨질 수 있는” 유동적이고 비가시적인 소수자의 존재가 실은 가해-피해, 남성-여성의 공고화된 관계에 질문을 던지는, 보이지는 않지만 소중한 요소일 것이다. ‘여성예술가’라는 범주 역시 단선적 범주라기 보다는, 이 사회에서 공고하다고 여겨지는 여성으로서의 삶, 예술가로서의 삶에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범주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수영 작가
이수영 작가

*이수영 작가

미술작가. 풍력(風力) 가야금 제작 연주 <소호강호 2018>, 활弓과 과녁이 우는 소리로 공연한 <활의 목소리 2014>, 연평도에서 흰 소복에 긴 머리 가발을 쓰고 해병대 뒤를 따라 다닌 <물귀신과 해병대 2012> 등의 작업이 있다. 3월 초에는 실험예술을 선보이는 플랫폼인 컨셉츄얼 연남에서 ‘하나의 편지에 답하는 여섯6의 목소리’(참여작가: 홍현숙, 김현주, 이선애, 강현아, 배미정, 이설야)를 선보였다. 작가 홈페이지 sooyoungle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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