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100년 전 남녀평등·성차별 폐지 주장
[서평] 100년 전 남녀평등·성차별 폐지 주장
  • 김진수 기자
  • 승인 2019.03.19 13:24
  • 수정 2019-03-19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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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조선의 페미니스트』
ⓒ철수와영희
ⓒ철수와영희

1945년 12월 22일 서울 안국동 풍문여고 앞에는 1000여명의 여성이 모였다. 사흘간 열린 조선부녀총동맹 결성식에서 여성들은 “우리들이 받아온 모든 부면에서의 차별은 세계 어느 나라를 찾아보아도 유례없는 비분한 것이었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조선부녀총동맹은 여성의 경제적 평등권, 남녀 임금 차별제 폐지, 8시간 노동제, 봉건적 결혼제 철폐 등을 주장한 여성 사회주의 계열의 조직이다.

지난해 전국을 들썩이게 한 미투(나도 말한다) 고발, 여성들의 목소리가 모인 혜화역 시위에 앞서 이미 100년 전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외쳤다.

이임하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 교수는  『조선의 페미니스트』에서 한국 페미니즘의 출발을 100년전으로 거슬러 간다. 현장, 생활, 사회운동에서 기울어진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여성들이 한국의 페미니즘을 만들어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조선부녀총동맹에서 활동했던 여성들을 소개한다. 유영준, 정종명, 정칠성, 고명자, 허균, 박진홍, 이순금 등 7명의 여성들의 삶을 소개한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후 여성 해방을 위해 노력한 여성들이다.

유영준(1890~?)은 1923년 도쿄여자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국내로 돌아와 여성을 무지하고 몽매하다는 일제의 위생 담론을 비판했다. 당시 일제는 조선의 위생이 청결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위생 경찰로 하여금 개인에게 위생과 책임을 묻게 했다. 이 과정에서 위생 경찰들은 여성들에게 성희롱을 일삼았다. “남자가 외출한 후에 조사 관리가 일인(日人)이 온다면 이같이 어려운 일이 없다. (중략) 일 순사는 나는 장가를 아니 들었는데 조선 처녀한테로 들고 싶다고 한다.”

1927년에는 “신사조를 맛보면서도 금전의 노예성은 갈수록 풍부하다”며 당시 신여성들의 혼인관 비판에 반박했다. 여성들이 경제력을 갖춘 남성과의 결혼을 선택하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여성이 전문 지식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남성과 경쟁할 수도, 직업을 구할 수도 없는 현실이었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유영준은 남녀평등은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관념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정종명(1986~?)은 경제적 독립을 쟁취하라고 외치고 남녀 모두 성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칠성(1897~1958?)은 여성 노동자와 농민을 계몽해 이들의 해방이 곧 여성의 해방이라고 강조했다. 고명자(1904~1950?)는 부녀(婦女)들의 행방을 위해서는 모든 권력이 인민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균(1904~?)은 ‘먹을 물을 준비해 달라’ 등 7개 조항을 요구하며 서울고무공장 파업을 이끌며 여성 노동자들의 권리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박진홍(1914~?)은 여성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순금(1912~?)은 일제 침략으로 여성들이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자유를 가지지 못했지만 공장과 농촌에서 여성들이 민족 해방을 위해 용감히 싸웠다고 평가했다. 그는 여성들이 완전한 해방을 위해 사회단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들이 일궈낸 성과를 현재 세대가 기억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민족해방 운동을 펼치며 페미니스트로서 남성 중심 사회에서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일상을 바꾸기 위해 변화의 물결을 만들고자 했던 이들의 노력은 페미니즘이 대두가 된 지금도 묵직한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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