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주아 광주시 남구의회 의원

구 예산안으로 처리될 뻔 했던
위탁업체의 미납 공과금 3억
구청·여당과 싸워 삭감시켜

“늦둥이 낳고 사회문제 눈 떠
‘부모의 마음’으로 정치”

하주아 광주광역시 남구의원
하주아 광주광역시 남구의원

“출마를 결심할 당시 현직 구의원들은 다 남자인데다 연세가 많은 분들이었어요. 자녀를 다 키웠고, 아이와 학부모 마음을 알기 힘든 분들이라 답답했고,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하주아 광주광역시 남구의원(민주평화당·재선)은 9년 전인 2010년 무소속으로 구의원에 출마를 결심할 당시 동네 구청장도, 국회의원 이름도 몰랐던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살던 동네의 구의원 후보로 등록했고, 결과는 낙선이었다.  ‘돈키호테’ 아니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도전을 감행한 계기는 단 하나, 부모의 마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공학박사로 대학에서 건축학 강의를 했지만 사회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는 첫째와 10년 넘는 터울의 늦둥이 딸을 키우면서야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됐고 당시 조두순 사건, 독거노인 고독사 사건 등이 문제가 되면서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나서야 한다고 마음을 먹었다.

현재 하 의원은 남구의회 예산결산위원장으로 구청 예산 감시에 책임을 맡고 있다. 특히 의회는 11명 중 야당 의원은 민주평화당 2명 뿐이다 보니 여당의 독주도 견제해야 한다. 지난해 추경 예산안에는 구 시설을 8년간 위탁운영하다가 계약 만료를 앞둔 업체의 미납 공과금을 구에서 대납하자는 안이 올라왔다. 금액은 3억원에 육박했다.

“업체가 내야 할 비용을 구청이 지불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명분도 없고 혈세 낭비이고 잘못된 일이라며 맞섰어요. 밤 10시가 넘어서 까지 줄다리기를 했어요. 주민들이 이 사실을 다 알아야 한다고 주장해서 결국 통과를 막았어요.”

그런데 그 예산이 얼마 지나지 않아 2019년 예산안에 쪽지 예산으로 다시 올라왔다. 그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구청 담당 공무원 고소고발과, 광주광역시 감사 청구를 예고하면서 강력하게 경고해 또 한번 막아냈다.

하주아 광주광역시 남구의원
하주아 광주광역시 남구의원

최근에는 하 의원이 발의한 ‘남구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에 관한 조례안’도 통과됐다. △구청장 및 사용자의 책무 △연도별 시행계획 및 실태조사 등 △경력단절여성 등에 대한 지원 사업 등이다.

전문직을 했었고 아무리 유능해도 육아 때문에 그만둔 후 경력단절이 10년 넘으면 평생교육시설에서 교육받아도 취업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사회 나와도 괜찮다고 마음먹을 수 있게 하고 이런 분들을 사회로 끌어당길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남구에서 운영하는 여러 위원회가 거의 남성으로 채워지고 여성가족과도 여성 전문인력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는 여성전문가를 찾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성별 비율 자체를 6대4정도로 맞췄다. 나아가 “남구는 인구 60% 정도가 여성이다. 따라서 ‘6’을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 채워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경단 지원 조례안은 집행부도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한다는 도구가 된다.

현실정치를 모른 채 이상만 가지고 출마해 패배를 경험했음에도 그가 다시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무소속에 아무런 기반도 없이 15일간 선거운동 했는데도 3000명이 지지하고 뽑아주셨어요. 변화에 갈망과 자존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분들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책임감 하나로 4년 후 출마를 했어요. 지금도 같은 마음입니다.”

인터뷰를 한 12일, 하 의원은 5·18민주화운동 39년 만에 법정에 선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과 함께 했고, 또 한번 역사의 현장을 지켜봤다.

“광주시민들이 인간띠 릴레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39년 전 10살 당시가 떠올랐어요. 의원으로서 맞이한 5·18은 또 다릅니다.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 광주시민의 민주화 정신을 다시 새기고, 저는 시민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이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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