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임 한국여성벤처협회 박미경 회장
2020년까지 여성벤처
스케일업이 목표
정부, 여성 전용 펀드 확대
2022년까지 900억원 예정
여성 CEO 리더십 교육 진행할 것

한국여성벤처협회 제11대 회장에 취임한 박미경 포시에스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벤처협회 제11대 회장에 취임한 박미경 포시에스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벤처 인정을 받은 기업수는 3만6820개사이지만 그 중 여성 벤처기업수는 3504개사로 9.52%에 그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11대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에 취임한 박미경 포시에스 대표(49)는  2015년부터 4년간 여성벤처협회 부회장을 맡아왔기 때문에 여성벤처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한다. 여성벤처협회는 1998년 여성의 벤처기업 창업과 자금 마련을 돕고 다양한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출범했다. 현재 1246개 기업이 가입해 있다.
“최근 어느 분야에서나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여성들의 벤처기업 창업은 저조합니다. 그동안 숙박이나 음식 분야의 여성 창업이 많았었어요. 기술 기반의 여성 창업도 더 활성화돼야 합니다.”
박 회장은 1988년 서강대학교 전자계산학과에 입학해 1992년 졸업 후 소프트사이언스를 거쳐 한국엠제이엘에서 유명 외산 소프트웨어를 국내 판매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더이상 해당 제품을 수입하지 않게 되어 직장동료와 함께 현 포시에스를 창업했습니다. 회장의 제안으로 이 제품을 수입·판매하기 위해 1995년 창업한 것입니다. 이후 자체 기술을 개발해 리포팅 솔루션을 판매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전자문서 솔루션 판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때 함께 창업한 동료가 조종민 현 포시에스 회장이다. 함께 일하며 연인으로 발전했고 2년 후 결혼했다.
박 회장은 벤처기업들이 안정보다 도전을 선택할때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회장으로서 여성벤처기업 활성화에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폭발적 성장 스케일업(Scale-Up)이다.
“스케일업을 위해 많은 여성 벤처들이 매출을 확대하고 기업공개(IPO)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여성벤처협회는 올해 ‘2020 뉴 여성벤처! 스케일업 여성벤처!’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지난해 협회 설립 20년을 맞았고, 앞으로 20년 동안 여성 기업이 더 성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정부가 ‘제2벤처 붐’ 확산을 계획하고 있는 것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정부가 성장 유망 여성기업을 발굴하기 위한 여성 전용 펀드를 2018년에서 2022년까지 900억원 규모로 조성할 계획인데, 지난해 100억원에 이어 올해도 200억원 규모로 조성될 거예요. 여성 기업들이 이 자금의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협회가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그는 최근 ‘정부에서 많은 벤처자금들을 지원하고 있는데 왜 많은 여성 기업들이 이 혜택을 받지 못할까’ 고민이 됐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직접 조사해서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조사를 통해 문제가 발견된다면 정부에도 적극 목소리를 내야죠. 그게 제가 해야 할 역할이예요.”

한국여성벤처협회 제11대 회장에 취임한 박미경 포시에스 대표가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포시에스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취임소감을 말하고 있다.
한국여성벤처협회 제11대 회장에 취임한 박미경 포시에스 대표가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포시에스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취임소감을 말하고 있다.

그는 올해 여성벤처협회 홍보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저도 전 협회 회장을 역임한 이영 회장님을 IT 쪽 일을 하면서 만났는데 그 분 소개로 2012년 11월부터 협회에 가입해 활동했어요. 제 경우처럼 여성 창업자들이 협회를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홍보가 중요해요.”
그가 협회 부회장을 하며 여성 CEO들을 만났을 때 가장 많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영업이었다.
“여성 CEO들은 ‘제품을 정직하게 만들고 얼마나 좋은 제품을 만드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남성 CEO에 비해 네트워크가 부족해 판매를 어려워했어요.”
결국 협회가 가진 숙제가 ‘이들의 영업을 어떻게 도와주는가’ 하는 일이다. 협회는 현재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공공 조달 시장에 참여하도록 격려하고 있으며, 대기업 유통 부문과 협력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여성 기업들과 교류도 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돕는 것도 저희가 해야할 역할이예요. 이전에 베트남 여성 단체와 교류해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도 가졌는데 교류를 더 활성화시켜야 해요.”
그는 기업을 운영하는 데 가장 필요한 지원 중 하나가 CEO에 대한 리더십 교육이라고 생각해왔다. 따라서 앞으로 여성이 기업을 운영하는 데 어떤 장점을 가질 수 있는 지 분석하고 이에 맞는 프로그램도 내놓을 계획이다. 여성들이 CEO인 회사는 여성 고용률도 높은 만큼 여성 벤처기업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측면도 많다고 그는 말한다.

또 하나 그가 주목하는 것은 여성 CEO들의 출산 및 육아휴직 관련된 부분이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여성 육아휴직을 늘리고 있는데 정작 여성 CEO들은 회사 경영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산 2주 후부터 일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 자신도 딸 둘을 낳아 키우며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바쁜 엄마때문에 아이들이 훨씬 주체적으로 자신의 일을 결정하고 이를 책임질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교육 문제에서는 주로 조언자 역할을 했어요. 학원도 본인이 다니고 싶다고 하면 보내고, 시간·스케줄을 변경하고 학원을 정하는 부분도 아이가 직접 연락하도록 했어요.”
그는 결혼 후 남편과 같이 일한 것이 시너지를 냈다고 말한다. “남편은 영업, 저는 기술지원 담당으로 일종의 분업이 가능했습니다. 둘의 성향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남편이 일을 일단 시작부터 했고 제가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찾아 이를 수렴해나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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