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jpg

“1994년 어느 날 한 신문에 대한성공회 송경용 신부가 비행 청소년을 선도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기사가 나와 있더군요. 그 글을 읽는 순간 깨달았어요. 내가 우수한 아이들에게만 관심을 두고 잘못된 사람을 좋은 쪽으로 이끄는 데는 한 일이 없다는 걸요.”

원불교 강남교당 박청수 교무(77)가 대안학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 때부터다. 그의 반성은 바로 사회에서 버려진 아이들을 위한 활동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전남 영광군 군서면 송학리에 국내 최초의 대안중학교인 성지송학중학교를 연데 이어 지난 5일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사암리에 수도권 안의 첫 대안중학교인 ‘헌산중학교’를 세운 것.

“우리나라 청소년 가운데 학교에서 중도에 탈락하는 수가 매년 8만 명에 이르고 중학생도 많은 수를 차지하죠. 대안고등학교는 있었지만 성지송학중학교가 세워지기 전까지 대안중학교가 없었어요. 특히 범죄를 저지르는 나이가 어려지는 만큼 중등과정에서 대안교육은 절실하죠. 학부모들도 대안중학교를 간절히 원했구요. 대안중학교를 세우기로 결심한 이유죠.”

대안중학교를, 그것도 두 개나 세우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헌산중학교를 세울 때가 더 그랬다.

“학교 가까이 200미터 안에 축산 시설이 있으면 학교 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그런데 헌산중학교가 바로 그런 위치였죠. 교육청 허가가 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마을 주민들의 반대도 무척 심했어요.” 그러나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리는 법. 축산농가가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드디어 학교를 세울 수 있게 됐다.

“집과 같은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마음 공부를 시켜 21세기가 원하는 도덕성이 강한 사람을 만드는 게 목표죠. 입시위주의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에 탈락한 학생부터 아예 인성교육을 받고자 하는 학생과 출소자들까지 받아들여 전인교육에 힘쓸 생각이에요.”

헌산중학교 때문에 너무 애를 쓴 탓인지 박 교무는 최근에 갑자기 척추 연골이 빠지는 바람에 한 동안 누워있어야 했다. “아직도 버스를 타거나 앉을 때 힘이 든다”는 그지만 할 일이 많기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특히 오는 25일에는 캄보디아 바탐방 지역에 병원 개원을 앞두고 있다.

“태양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비추죠. 비도 그렇구요. 태양이나 비처럼 불특정한 사람들 모두에게 손길을 뻗는 ‘하늘사람’이 되고 싶어요.”

소태산 대종사는 ‘하늘사람은 항시 욕심이 담박하고 생각이 고상해 맑은 기운이 위로 오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34년 동안 세계의 51개 나라를 대상으로 무지·빈곤·질병을 없애기 위한 활동을 쉼 없이 펼치고 있는 박 교무는 이미 ‘하늘사람’이 돼 있는 건 아닐까.

조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