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한국여성민우회 상대
3억 손해배상 소송 규탄 기자회견

영화감독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원회가 7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김기덕감독 3억 손해배상청구소송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영화감독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원회가 7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김기덕감독 3억 손해배상청구소송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한국여성민우회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김기덕 영화감독에 대해 여성단체와 영화업계도 함께 강력규탄하고 나섰다.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7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영화감독 김기덕 3억 손해배상 청구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김감독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미투운동에 대한 백래시다”라고 비판했다. 이날은 연예계 성상납 문제를 알린 영화배우 고 장자연의 10주기이자, 3.8세계여성의날을 하루 앞두고 있다.

공대위에 따르면 김 감독은 한국여성민우회를 상대로 지난 2월 12일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민우회가 지난 2월 8일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선정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한 것이 불법행위이며, 이로 인해 해당 영화의 해외판매와 개봉이 어려워져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대위는 김 감독이 “손해를 주장하는 것은 문제적”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에도 베를린영화체, 시체스영화제 등 지속적으로 국제영화제에서 초청받아 상영되어 왔으며, 올해 또한 그 행보를 이어오는 등 국제영화제라는 공간을 통해 자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김 감독이 성폭력 가해자로 알려져있음에도 오히려 피해자와 언론, 시민단체를 상대로 고소와 소송을 남발하는 것에 대한 지탄이 쏟아졌다.

지난해 김감독으로부터 방송금지가처분신청과 무고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MBC PD수첩의 박건식 피디는  “시민단체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한 것은 시민단체의 인권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시도이고 탄압”이라고 말했다. 또 “PD수첩 방송을 준비할 때 충분한 사유가 된다고 판단될 때 방송한다. 당시 취재하면서 피해자가 한명이 아니었고 조용히 살고 싶다는 분이 많았다”고 전하면서 “김감독이 할 일은 법적 소송 대응이 아니라 본인의 과거를 자성하고 성찰하는 것”이고 강조했다.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민우회 활동이 불법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민우회가 하지 않았다면 다른 어떤 단체라도 나서서 했을 일이고 우리 여성단체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면서 “소위 영화계 거장 감독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당사자가 있을 때, 그 고통받는 피해자를 지원하고 나아가 영화계에서 소위 예술을 빌미로, 혹은 권력을 이용해 자행되고 묵인되고 있는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 전체 영화계의 성찰을 요구하며 이를 공론화하기 위한 다양한 행동에 나서는 것은 누가 해야 할 일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미국 영화제작자에 대한 미투에서 시작된 성폭력 근절의 흐름은 전 세계에서 이미 시작된 변화이고 누구도 멈추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감독은 2013년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한 여성 배우로부터 폭행 및 강요, 강제추행치상, 명예훼손, 모욕 혐의로 고소당했으나 폭행을 제외하고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해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팀장은 “증거불충분은 피해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지, 성폭력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김감독의 손배 소송은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말하기가 허위라는 광범위한 의심을 조장하고 더 나아가 피해자를 지지하는 모든 행동을 가로막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상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도 “이젠 누구도 좋은 영화를 위해 사람을 쥐어짜고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김감독에 대해 증거불충분 등으로 처벌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게 책임있는 어떤 사과도 없이 지속적인 활동을 한다는 것은 2차 가해와 다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남순아 한국독립영화협회 성평등위원은 “유바리영화제가 오늘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여성단체 활동가들은 유바리영화제 개막식에 맞춰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일본에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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