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류 절반의 피 흘림, 월경을 논하다
[기고] 인류 절반의 피 흘림, 월경을 논하다
  • 박영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해외사업본부 프로그램 매니저
  • 승인 2019.03.07 08:05
  • 수정 2019-03-07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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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 터부시 하는 나라에서
생식기 감염·성폭력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 여성들
존엄성 침해 막으려면
더 많은 관심 필요
여성 성기를 훼손하는 악습으로 수많은 여성들이 생식기 감염 등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사진은 아프리카 말리의 소녀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홈페이지
여성 성기를 훼손하는 악습으로 수많은 여성들이 생식기 감염 등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사진은 아프리카 말리의 소녀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홈페이지

남수단에서 아동보호 사업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한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14살, 수줍음이 많던 소녀였다. 인터뷰 끝에 궁금한게 있다며 한참을 망설이더니 결국 울음을 터트리며 물었다. “생리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그동안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월경주기와 관리방법 등에 대해 고민하고 당황하며 두려워했을 소녀를 생각하니, 같은 월경을 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실제로 월경은 전세계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이 이미 겪었거나, 현재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겪을 예정인 문제이다. 국제개발 사업의 많은 영역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이슈이지만, 적극적으로 다뤄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성평등 및 여성역량강화를 위한 ‘젠더 주류화’가 국제적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월경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소외되곤 한다. 대표적인 국제여성회의로 손꼽히는 ‘베이징 선언 및 행동강령’에서도 월경의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으며, 더 흔하게 알려져 있는 유엔(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서도 직접적으로 월경이라는 단어는 사용되지 않는다. 이는 전 세계에서 오래도록 월경을 금기시해온 역사와 문화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개발도상국 여성의 낮은 지위와 지속되는 성차별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월경 중’인 여성들은 이중으로 사회적 차별을 당하고, 월경으로 인해 수많은 기회와 권리를 박탈당하기도 하며, 더 나아가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월경을 엄격히 금기시하는 국가의 여아들은 월경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초경을 맞아 극심한 두려움과 공포를 경험한다. 빈곤한 가정환경, 또는 분쟁·재난 환경에서는 월경을 관리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 생리대, 안전한 화장실 등이 부재하는 경우가 많다. 여아들은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월경을 관리하면서 생식기 감염, 또는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 된다.

월경을 더럽고 불결하게 인식하는 국가들에서는 월경 중인 여자들을 물리적으로 격리해버리기도 한다. 학교를 다니던 여아들도 초경이 시작되면 놀림을 받고 수치심을 느껴 자퇴를 하는 사례가 번번이 발생하며, 생리대가 없는 학생들은 매달 일주일씩 결석을 하게 되어 학업성취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이는 여아들의 고등교육 진학을 막는 큰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신체적 현상이 여성의 교육, 보건, 위생, 안전을 위협하고 인간의 존엄성마저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케냐 카지아, 마사이 커뮤니티 등에서 여아 지원 사업을 하며 여성할례나 조혼과 같은 악습으로부터 벗어나 지속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홈페이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케냐 카지아, 마사이 커뮤니티 등에서 여아 지원 사업을 하며 여성할례나 조혼과 같은 악습으로부터 벗어나 지속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홈페이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는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 남수단, 말라위, 에티오피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월경중인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여아가 위생적으로 월경을 관리할 수 있도록 면 생리대와 빨래비누, 빨랫줄, 속옷 등으로 구성된 월경키트를 지원하고, 더 나아가 지속가능성을 위해 마을에서 직접 면 생리대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교육하고 있다. 여아들이 스스로의 몸에 대해 긍정적이고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생식보건교육도 실시하고 있으며, 학교에서도 월경을 관리할 수 있도록 교내에 여학생 전용 목욕시설을 건축해 학생들의 출석률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월경은 많은 국가에서 터부시 되고 있으며 쉽게 공론화 되지 않는 주제다. 월경으로 인해 전세계 여성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피해는 심각한 젠더기반폭력(GBV)임에도 불구하고 강제조혼, 여성할례(FGM), 성폭력과 같은 문제들에 가려지곤 한다.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은 월경이 여성의 삶에 미치는 악영향을 더욱 신중히 분석하여 사업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무엇보다, 생명을 품기 위해 모든 여성이 감당해내는 숭고한 피 흘림이 그들의 기본적인 권리와 존엄성마저 박탈해가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박영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해외사업본부 프로그램 매니저
박영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해외사업본부 프로그램 매니저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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