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40대 후반 M사장은 입사 3개월이 채 안 되는 비서를 내보내고 필자에게 전문비서 찾아주기를 의뢰했는데 무엇보다 반듯한 직장매너를 강조했다. M사장은 전직 비서로부터 받은 부정적 이미지가 크게 남아 있었다. 요즘 흔히 목격되는 젊은 여성들의 직장매너를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 있어 이번 호 사례로 들어본다.

K양은 해외영어연수를 하여 영어구사가 가능하고 컴퓨터 작업이 능숙한 데다 깔끔한 용모를 가진 20대 후반 여성으로 임원실 소속 비서로 채용됐다고 한다. 그러나 K양의 입사 후 사내에는 분분한 얘기가 그칠 날 없이 나돌아 결국 M사장은 K양을 접게 됐다는 얘긴데 K양을 둘러 싼 주변 임직원들의 얘기는 다음과 같다.

40대 초반 C상무는 K양이 전화를 받고 있는 옆을 우연히 지나칠 때면 종종 가슴이 철렁해진다고 한다. 문의 전화에 응답하는 “네?”가 똑 떨어지다 못해 마치 귀찮으니 어서 끊으라는 식이어서 상대방이 당황할 것을 생각하면 자신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된다고. 같은 대답을 하는 것이 귀찮다는 표정의 은행 창구 앞 행원과 친절한 특급호텔의 도어맨을 비교하면 C상무의 얘기를 이해할 수 있다.

일류대 출신의 점잖고 과묵한 성격의 Y전무는 K양의 뺨을 때려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는 충격적인 표현을 했다. Y전무는 K양 자리에 다가가 업무를 지시하면 그만 그런 심정이 된다. Y전무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불성실하게 건성 대답하는 꼴을 당하다보면 심기가 불편해지다 못해 그런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상사가 업무도중 다가와 지시를 하거나 업무를 논할 때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혹은 앉아 있더라도 상대방을 경청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 점에서 서양 직장인들의 상사에 대한 매너는 더욱 철저하다는 것을 참고할 만하다.

M사장 자신도 어느 토요일 K양과 회사에 남아 업무를 보는 도중 점심시간 절약을 위해 식사 배달을 신청했는데 잠시 손에 잡은 일을 마저 끝내고 사장실에서 나와 K양을 보고 내심 깜짝 놀랐다고 한다. K양은 이미 열심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 M사장이 다가가니 별스럽지 않은 듯 “제가 바쁜 일이 있어서 먼저 먹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순간 그대로 충격을 받았다는 M사장은 명색이 사장인 자신이 업무가 바쁜 경우 당연히 먼저 먹으라고 할진대 말 한마디 없이 성큼 수저를 들어 밥을 먹는 그 모습에 질리더라는 것이다. 이것은 여성만이 그래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남성도 위와 같은 경우를 흔히 목격하는데 직장에서는 상사와 아랫사람 그리고 동료간의 기본적인 매너가 있다.

M사장은 소위 ‘밥상머리 교육’을 예로 들면서 가정교육의 부재를 한탄했다. 남녀 불문하고 반듯한 언행을 하지 못하고 물이 새는 바가지처럼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 무례함을 많이 본다. 그들은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단순히 책으로 해결되는 학력만 높아져 그대로 직장인이 되고, 시간이 지나 위아래 좌우 없는 행동으로 주변 동료들에게 보이지 않는 상처를 주면서 결국 부메랑처럼 스스로 상처를 받아 직장을 떠나고 만다.

직장이란 씨줄 날줄의 하모니처럼 서로를 존중하여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팀워크를 대변하는 곳이다. 천방지축 아무 곳에서나 자신만이 최고이고 위아래 상관없이 남을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은 어울리지 않는 곳이다. 길을 걷다가 혹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모임에 가서, 전철·버스를 타도 도무지 주변을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는 것이 안타깝다. 그들이 어머니 아버지가 될 때 이 세상이 어떻게 될까 두렵다. 한국 여성들이 슬기로운 직장인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홍승녀 / 캐리어탱고 대표www.careerTAN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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