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지옥 무법클럽
지금당장 폐쇄하라”
‘불편한 용기’ 혜화역 시위와 닮아
같은 날 맞불시위도

2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남성약물 카르텔 규탄시위’가 열려 참가자들이 불법 약물 유통 범죄 근절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남성약물 카르텔 규탄시위’가 열려 참가자들이 불법 약물 유통 범죄 근절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무료라던 여성입장 까고보니 강간티켓” “범죄지옥 무법클럽 지금당장 폐쇄하라”

2일, 혜화역이 여성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이날 열린 ‘남성약물카르텔 규탄 시위’에는 주최측 추산 2000여 명의 여성들이 모여 여성에 대한 약물범죄를 규탄하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클럽 ‘버닝썬’ 사건이 계기가 됐다. 클럽 버닝썬은 일부 직원이 고액 남성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여성에 일명 ‘물뽕’으로 불리는 GHB(Gamma-Hydroxy Butrate) 사용을 묵인하거나 심지어 판매, 사용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번 시위는 특정 단체 등에 소속 되지 않은 여성들의 자발적인 시위다.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한 여성이 지난 2월 초 시위를 제안했다. 온라인 홍보를 통해 음향, 기획, 퍼포먼스 등 각 분야 스태프가 모였다. 주최 측은 공식 카페 회원들의 요구에 따라 목과 페미니즘 도서, 굿즈 등을 인증했다. 필요한 자금 500만원 또한 전액 인터넷을 통해 모금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회색 옷차림을 하고 피켓을 높이 들었다. 회색 옷은 무색무취 약물을 뜻한다. 주최 측은 약물 성폭력 문제가 단순히 어느 클럽 한 군데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퍼진 남성 카르텔에 기인한 문제라 주장했다. “지금껏 남성들은 여성을 동등한 대상으로 보지 않고 상품으로 보면서 강간문화를 고착시켜 왔다. 대다수의 여성은 이제야 알게 됐다.”라며 “여성을 상대로 범죄가 벌어지는 대표적인 장소인 클럽의 안전화를 바라는 것이 아닌 여성을 상품으로 만들고 거래하는 문화가 만연한 클럽의 폐쇄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주최 측은 컵라면이 익는 동안 물뽕을 구매하는 남성 퍼포먼스를 벌이며 물뽕 구매의 쉬움과 심각성을 환기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총 6차에 걸쳐 진행 된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 불편한 용기’와 닮았다. 불편한 용기는 불법 촬영과 편파 수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6차 시위에서 단일 여성 의제만으로 11만여 명의 시위 참가자를 모았다.

지난 불편한 용기 시위와 마찬가지로 이번 시위도 ‘생물학적 여성’만이 참여 가능했다. 젊은 여성이 주축 된 시위 참가자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거침없이 “5분안에 구한약물 법률규제 X도없어” “X지연대 마약국가 우리이제 못살겠다” 등 속어가 섞인 구호를 쏟아냈다. 시위현장에서의 친목, 자유발언, 개인 인터뷰 등도 모두 금지됐다. 기자들도 명함을 내고 취재시 유의사항이 기재된 서약서에 서명해야 폴리스 라인 안에서 취재할 수 있었다. 남성 기자들은 시위대 근처 진입이 금지됐다. 

그러나 주최 측은 “불편한 용기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혜화역을 집회 장소로 삼은 것은 “혜화가 여성 의제 시위의 성지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선정했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성명서를 통해 △강간 카르텔 양산하는 클럽 폐쇄 △마약 유통 뿌리 뽑는 법률 제정 △클럽·마약유통조직·경찰 유착 해체 등을 주장하고 평화롭게 시위를 해산했다. 

이날 집회 장소 인근 서울대 연건 캠퍼스 정문에서는 남성약물카르텔 규탄 시위를 반대하는 ‘맞불 집회’도 열렸다. 자신을 1인 방송 진행자로 소개한 안모씨는 “성범죄는 남성이 아니라 범죄자가 저지르는 것”이라며 집회에 참여한 남녀 노인들과 함께 “남혐(남성혐오) 정책을 만드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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