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시선] 젠더폭력과 미세먼지의 공통점
[정재훈의 시선] 젠더폭력과 미세먼지의 공통점
  •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19.03.07 08:10
  • 수정 2019-03-06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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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장기적 대책 보다는
“피해자가 피하라” 식 대응
가해자 변화가 먼저 이뤄져야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요즘 한국사회에서 미세먼지가 단연 관심사다. 국무총리는 물론이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 단언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미세먼지의 공포에서 헤어날 가능성은 당분간 없다고 본다. 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움직임을 보면 젠더폭력 대응과 매우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뚜렷하게 갖는 공통점은 근본적·장기적 대책보다 문제해결을 하고 있다고 당장 쉽게 ‘보여줄 수 있는 행위’에 집착한다는 점이다. 젠더폭력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성차별적 가치와 행동을 구조적 차원에서 변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근본적으로 사라질 수 있다. 그래서 교육의 경우만 보더라도, 아주 어릴 때부터, 즉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부터 시작해 생애주기 전 과정에서 성평등 평생교육을 하는 대개혁이 일어나야 한다. (예비)교사나 교장·교감 그리고 교수 대상 교육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성평등의 ‘성’자도 모르던 높으신 교육자들께서 강의를 들으시는 모습이 무척 새롭게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교육 현장의 근본적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미세먼지 대책도 보여주기에 바쁜 모습은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한마디 했다고 느닷없이 인공강우 실험 ‘행사’를 했다. 사실상 단속 효과도 없는 노후 경유차량 운행 정지 조치나 공공기관 차량 2부제를 지루하게 반복하고 있다. “나 이렇게 하고 있으니 한번 봐 줘!”식이다. 사람들의 환경 의식이 근본적으로 변할 수 있는 구조 및 의식 전환 프로젝트는 아예 관심도 없다. 구청 주차장에서 하루 종일 강력하게 차량 엔진공회전 계도 및 단속이라도 해보라. 자동차 운전을 그나마 친환경적으로 할 수 있는 의식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처럼 미세먼지 수준이 최고수준을 경신해가는 상황이라면, 나중에 시장·구청장 선거에서 떨어져 나갈 표를 의식하지 말고 시·구청 주차장을 아예 폐쇄하는 결단을 내려라. 불만의 목소리가 순간 높아질 수 있지만, 사람들이 친환경적 삶을 실천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떨어져 나간 규모 이상의 표를 다음 선거에서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젠더폭력 대책이나 미세먼지 대응이나 모두 피해자에게 조심하라는 식의 접근이다. 젠더폭력 피해가 발생하면 우선 피해자가 어떻게 했느냐에 수사와 재판의 초점이 맞춰진다. “아니라고 하면 아니다(No is No!)”는 어쩌다 다녀온 해외연수 보고서 구석에 삽입하는 문구일 뿐이다. 최근 가해자 처벌이 강화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지만 정치적 분위기에 따라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현상이다. 숨 죽이면서 일단 비부터 피하고 보자는 다수 주류 남성적 문화가 여전히 공고하다. 미세먼지 대응 관련하여 결국 강조하는 것도 외출을 삼가고 마스크 쓰라는 것이다. 각종 관련 공익광고를 보라! 자동차 운행 중지는 고사하고 불필요하게 하는 엔진공회전 하나 하지말라는 메시지를 찾기 어렵다. 유해물질을 내뿜는 가해자로서 운전자들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단의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는 회의에 참석한 높으신 분들을 기다리는 기사님들은 엔진공회전 하나 안하나? 미세먼지 보도를 심각하게 있는 언론사 차량들은? 가해자들은 아무 의식 없이 유해물질을 뿜어대는 거리를 피해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숙인 채 종종 걸음으로 헤쳐나가는 상황이다.

가해자들의 불편한 심기를 근본적으로 건드리는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젠더폭력도 미세먼지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까지처럼 대충 살아간다면 우리는 더 이상 (젠더폭력 없이) 인간답게 그리고 (미세먼지 없이) 자유롭게 숨 쉬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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