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저항’에 ‘이유없음’ 판정

“검찰 수준이 이 정도인 줄 몰랐다.” 9일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TV토론을 본 한 네티즌의 소감이다. 토론이 진행되면서 대검찰청이나 오마이뉴스, 서프라이즈 등에는 검사들의 형편없는 교양 수준, 기득권에 집착하는 특권의식, 남의 말을 들을 줄 모르는 뻔뻔함,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나약한 생리 등을 질타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대검찰청이나 일부 인터넷 언론 사이트가 한때 다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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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황만을 놓고 본다면 여론과 언론은 검찰에 K.O패를 내린 듯하다. 그러나 ‘검사들이 이대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걸 보면 검찰 조직의 반발이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할 수 있다.

특히 여성들 사이에선 ‘대통령에게까지 취조하는 듯한 자세를 보인 검사들 틈에서 강금실 장관이 어떻게 버텨나갈지 걱정된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한 네티즌은 “모 검사가 ‘님’자라는 존칭까지 빼먹은 채 강금실 장관에게 따지는 장면을 본 뒤 저항이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TV에서까지 저런 모습을 보일 지경이면 내부에서는 어떨지 상상이 간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이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금실 장관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충격효과로서 정치·사회 분야의 개혁의 물꼬를 트기 위한 노림수”라고 평가하고 있다. 당장의 경제개혁으로는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가장 완강한 조직인 검찰에 메스를 댐으로써 반개혁 세력의 저항을 초반에 극복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노 대통령이 내민 ‘비장의 카드’는 초반부터 거센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저항에 남성이 아닌 여성을, 그것도 이제 겨우 마흔여섯 살인 여성을 상관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검찰의 강한 거부감이 담겨 있다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강금실 장관은 평검사와의 토론회에서 “검찰에 와서 공개적·비공개적으로 점령군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자신이 거대한 저항의 벽과 마주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아직 검사들이 장관인 자신을 ‘한 식구’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토로한 셈이다. 이에 대해 김경희(43)씨는 “강 장관을 ‘외부인’이나 ‘이방인’으로 취급함으로써 강 장관을 고립에 빠뜨리려 하는 비열한 행위”라고 검찰을 비난했다.

검사들이 강 장관을 노골적으로 소외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검사들이 장관을 돕는다는 말을 들으면 힘들어진다고 하더라”라는 강금실 장관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다. 박선미(26)씨는 “장관을 돕는 행위가 알려지면 동료들에게 소외당하는 검찰 내의 한심한 보수성을 확인했다”며 “검찰이 강 장관을 아직까지 장관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철저하게 무시하고 소외시킴으로써 강 장관을 일찍 퇴진시키려 하는 속내까지 품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상명하복’이 기본적인 생리인 검찰이 강 장관에 불만을 품는 이유는 그가 여성이고, 사법시험 기수가 어려서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검찰이 의도적으로 강 장관에게 인사 관련 자료를 숨겼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강 장관은 인사를 위해 자료를 검찰국장에게 요구했더니 두 가지 파일을 가지고 왔는데 업무수행 능력이나 도덕성에 대한 자료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토론자 중 한 명인 김윤상 법무부 검사는 “검사들의 업무 실적과 평가가 객관적인 절차를 거쳐 복무 상황표에 기록돼 있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의 말이 사실이라면 검찰 내부에서 강 장관에게 인사 파일까지 제대로 갖춰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유추해낼 수 있는 발언이다.

이처럼 검찰이 강 장관의 임명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에 대해 ‘검찰이 과연 강금실 법무장관을 평가할 만한 자격을 갖고 있느냐’는 자질론을 내세우며 검찰을 비판하는 주장도 나왔다.

유시민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대한민국 검사들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강 장관의 소신으로 가득한 전력을 밝힌 후 “386임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검사들 가운데 강금실의 법무장관 자격에 시비를 걸 권리를 가진 이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를 ‘정치인’으로 규정하고 ‘점령군’이라며 거부감을 표출할 권리를 가진 검사도 물론 없습니다”라며 “강금실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를 따지기 전에 먼저 강금실을 배우라”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약자인 여성으로서 검찰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강금실 장관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어려운 점이야 말로 다할 수 없겠지만 주위의 압력에 신경 쓰지 말고 소신대로 검찰개혁을 완수해 ‘가장 본받을 만한 여성장관’이라는 평가를 듣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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