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풀이대장, 거미네트웍 대장, 말빨대장…
여성들의 유쾌한 정치판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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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강력한 여성정치 반란이 시작됐다. 목표는 ‘고은광순 당선과 강금실 지키기’다. 여성계 인사들이 5일 삼청동 라마마에서 여성정치인을 가부장적 권위주의와 도전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여성정치인경호본부’를 발족시켰다.

본부 1차 프로젝트는 내년 총선에 고은광순씨를 당선시키는 일. 호주제 폐지 운동으로 알려진 고은광순씨는 개혁국민정당 창당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개혁당 서초갑지구당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상시 프로젝트는 권위적인 남성 판검사들로부터 법무부 강금실 장관을 지켜내고 힘주는 일이다.

이 날 모임은 지난해 연말 결성된 고은광순 지지자 모임인 ‘고은사람들’의 두 번째 모임이기도 했다. ‘고은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해 10월 여성문화예술기획(이하 여문)에서 주관한 ‘제주도 여신 기행’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신기행은 여문이 ‘내 안의 여신을 찾아서’란 테마로 기획해 지난해 5월 지리산 여신 축제와 10월 제주도 여신기행으로 진행됐다. 특히 10월 제주도 여신기행에는 세계적인 여성 운동가이자 <미즈>의 편집장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초청돼 높은 관심을 낳았다. 당시 행사에는 사진작가 박영숙, 여성운동가 오순애, 호주제 폐지운동가 고은광순, 여성학자 오한숙희, 한의사 이유명호 등 우리 사회의 내로라하는 여성활동가들이 많이 참여했다.

여성의전화 오순애 이사는 “새벽 1시까지 글로리아와 우리 사회 여성운동에 대해 토의했다”며 “여성운동의 방법론과 실천방안 등에 대해 많은 고민을 나눴다”고 말한다. 글로리아는 미국에서 여성에게 우호적인 남성 정치인 당선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여성 정치 진출이 개인 일이 아니라 여성 전체의 몫이며 의정활동 감시와 함께 지지와 격려도 중요하다고 했다. 또 남성중심 권력 속에서 여성정치인 한 명 한 명을 지켜낼 보호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우리 여성운동은 일명 최보은의 ‘박근혜 지지’ 논쟁을 거친 후 여성정치세력화에 대한 토론이 활발해졌다. 때문에 글로리아의 경험은 여성 운동가들에게 많은 고민을 남겼다.

이후 여성정치세력화를 숙제처럼 안고 있던 여성운동가들이 지난해 마지막 날 여성학자 오한숙희씨 집에 다시 모였다. 한국 현실에서 여성주의적 시각을 가진 남성 정치인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이들의 공론이었다. 자연스레 여성후보로 이야기가 모아졌고 이미 개혁당 지구당 위원장을 맡고 있던 고은광순씨를 진짜 정치인으로 만들자는 모임 ‘고은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오한숙희가 메일을 보냈는데 나, 고은광순은 도구라고 했어요. 싸움에 나서고 물러나고 하는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거죠. 난 그 말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여성들이 서로에게 에너지가 되고 도구가 돼야 하니까요.”

‘고은사람들’ 두 번째 모임인 이날 여성운동가들은 고은광순 이후 제2, 제3의 프로젝트가 이어져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여성정치인경호본부’ 발족 배경이다. 경호본부에 참여한 여성운동가들은 스스로를 ‘행동대장’이라 부른다. 정치반란의 ‘유쾌함’에 걸맞게 모두 무슨무슨 대장이 되었다. 각자 행동 반경에 따라 돌격대장, 살풀이대장, 거미네트웍 대장, 말빨대장, 모심대장, 나팔대장 등 그 자리에서 경호본부내 역할을 매겼다.

고은광순 정치인 만들기 1차 프로젝트는 실행에 돌입했다. 우선 범여성계 인사들과 사회 유명 인사들로부터 고은광순 지지서명 받기가 제안됐다. 서초갑 지역에서 주민들에게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방법들도 쏟아졌다. 방송, 언론, 문화, IT 등 다양한 영역의 경호본부 행동대장들은 살아 움직이는 선거본부다.

상시업무인 강금실 법무부 장관 지키기도 이 날 바로 시작됐다. 강금실 장관에게 매일 꽃 한 송이 보내기, 인터넷에 글 올리기 등 지지 활동에 대한 아이디어가 다양했다. 반발 강한 부서에 대한 걸림돌 제거작업(?)도 구체적으로 분담했다. 오후 2시에 모인 이들의 토론은 밤늦도록 그칠 줄 몰랐다.

지난 3월 8일 여성대회에 낯익은 얼굴들이 검은 옷차림에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모였다(사진). 분홍색 빛깔 고운 보자기까지 두른 경호본부 행동대장들이었다. 여성대회에 참여한 여성단체들과 언론에 경호본부의 존재를 알리고 동참시키기 위해서다. 여성정치세력화를 향한 ‘여성정치인경호본부’의 본격적인 항해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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