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가이드 성희롱은 일상” ‘#미투’ 후에도 운다
“관광가이드 성희롱은 일상” ‘#미투’ 후에도 운다
  • 진주원 기자
  • 승인 2019.03.11 10:35
  • 수정 2019-03-11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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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관광버스에서 음란물 시청
“술따르라” “농담도 못하나” 여전
여행사도 손님도 가이드 탓
근로자 아닌 특수고용노동자
문제 제기하면 일 못받아
인권보호 사각지대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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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사각지대였던 관광업계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광통역안내사, 소위 관광가이드에 대한 성희롱·성추행이 빈번했지만 그동안 드러내지 못했다는 고발이다. 문제 제기를 했을 때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어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일반 직장의 경우 억울한 해고를 막는 보호조치가 있지만, 이들은 일종의 ‘자영업자’여서 여행사에서 일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다.

이들이 겪는 성폭력은 종종 손님들이 가이드를 하대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다. 예천군의회 의원의 남성 가이드 폭행 사건이나, 현직 국회의원의 스트립바 동행 출입 사건 등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저급한 성인식을 스스럼없이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손님은 가이드에 대해 무엇이든 요구할 수 있고 부당한 지시에도 따라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특히 해외에 나가면 그런 태도는 더욱 심해진다.

여성 가이드들에 대한 부당한 요구나 대우는 주로 성희롱이나 성추행으로 일어난다. 25년 경력의 여성 관광가이드 A씨는 크고 작은 성희롱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언어적 성희롱 정도는 10명 중 10명이 다 경험했다고 본다”는 것이다. 가이드가 ‘뭐든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밤일은?’이라고 반응하는 식이다. 또 술자리가 있으면 술을 따르라고 요구한다.

여성인 관광가이드 B씨는 지난해 여름 당한 사건으로 지금도 수치심과 두려움에 고통받고 있다. 당시 정부 부처 산하 기관과 관련 단체 임원들 등 남성 30여명으로 구성된 해외 견학단의 통역과 가이드를 맡았던 B씨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관광버스 안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계속 되는 소리가 여자의 신음소리임을 알게 됐다. 뒤를 돌아보니 휴대폰으로 음란물을 재생해 함께 시청하는 중이었다. 동영상을 꺼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지만 이들은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그의 요구를 묵살했다. 두 번 더 요구한 후에야 종료했다.

B씨는 이후 참가자 일부를 경찰에 고소했고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범죄로 인정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했다. 그는 “정의를 외치면서 시작한 일이지만 나의 피해는 무시되고 그들의 행위에 문제가 없다니 오히려 내가 죄인이 된 기분이다. 누구에게도 고통을 호소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B씨처럼 가이드 업무 수행 중 성희롱을 당한 후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손님도 여행사도 피해자를 탓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성희롱에 정색을 하면 ‘그런 농담도 못 받아들이냐’면서 오히려 가이드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취급한다. 가이드는 갑을병정에서 ‘정’이다. 손님들은 가이드를 대할 때 돈 벌러 온 거 아니냐는 식으로 대한다.” A씨의 경험이다.

성추행도 흔하다. 함께 자리에 앉게 됐을 때 허벅지에 손을 올리는 경우, 관광버스에 서서 안내할 때 치마 속으로 손이 들어온 경험도 있다. 만일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여성 가이드는 호텔 방 번호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인센티브여행, 공무여행 등 해외를 방문하는 남성 단체관광객은 여성 가이드들의 경계대상이다. 최근 군의원 사건, 국회의원 사건이 알려지면서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그런 팀의 90%는 예산을 쓰는 것이 목적이고 관광이 주가 되다 보니 책임감이나 도덕의식도 덜 하다는 것이 관광업계 이야기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이드들은 일을 고를 수가 없다. 여행사에서 사전에 남성 단체 관광객이라고 알려주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생계가 걸린 일이다보니 거부할 수도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거부를 하는 ‘까다로운’ 가이드에게 여행사가 일을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성폭력을 당해도 문제 제기를 못하는 이유는 생존권 때문이다. 가이드는 여행사에 고용된 직원이 아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특수고용노동자다. 소속된 단체나 조직없이 개별적으로 일하다보니 피해가 있어도 혼자 감당할 뿐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여행사가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의 얘기를 들어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일종의 사각지대다. 오히려 B씨의 경우 “별일도 아닌데 유별나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고 여행사 측으로부터 손해배상 요구 등 2차 가해도 당했다.

이같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자구책 마련에 나선 곳도 있다. 일본여행인솔자협회는 자체적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열어 가이드들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대응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김효미 일본여행인솔자협회 이사는 “여행업협회가 종사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도록 교육을 실시해야 하지만 그런 일을 했다고 들은 적이 없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당장 업계 교육과 실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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