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스파이더맨 등장에
여성전사 원더우먼
흥행성적 올리며 올해 아카데미상 석권

'블랙 팬서'의 한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블랙 팬서'의 한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우리는 내부적으로 ‘캡틴 마블’을 연출하기 위해 여성을 고용해야 된다고 내부에서 말해왔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발표가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마블 엔터테인먼트 최고경영자(CEO) 케빈 파이기는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블랙 팬서’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뉴욕타임즈에 이같이 말했다. ‘블랙 팬서’는 마블 역사상 첫 흑인 슈퍼히어로를 내세운 작품이다. 6일 국내 개봉하는 ‘캡틴 마블’에서는 마블 첫 여성 단독 여성 히어로가 등장한다. 백인·남성 위주로 주인공을 꾸린 마블 영화에 변화에 바람이 불고 있다.

할리우드가 달라지고 있다. 여성과 흑인, 성소수자를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들이 흥행하면서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흑인 슈퍼히어로를 내세운 ‘블랙 팬서’는 지난해 미국에서 7억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최고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흑인 스파이더맨 등장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와 아시아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지난해 흥행 수익 20위 안에 들었다. 2017년 여성 전사를 내세운 ‘원더우먼’은 4억 원이 넘는 흥행 수익을 남기며 ‘갤럭시 오브 가디언2’와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제쳤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아카데미 시상식은 백인과 남성이 위주로 수상자가 선정되고 흑인과 소수 인종이 적어 비판을 받아왔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 ‘#Oscar So White’(오스카는 너무 하얗다)는 해시태그가 물결을 이뤘다. 불과 몇 년 만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문라이트’, ‘그린북’ 등 흑인 및 성소수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 대거 수상작에 선정됐다. 이른바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가 퍼지고 있는 것이다. PC는 문화적 편견이 섞인 표현을 쓰지 말자는 정치적, 사회적 운동이다.

PC 감수성을 지닌 영화들이 대거 등장한 이유는 흥행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의 대표 에이전시 CAA는 2017년 다양한 캐스팅이 박스오피스 흥행의 잠재력을 높아준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 2014~2017년 전 세계에서 가장 흥행한 350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분석한 결과 여성 주연 영화들이 남성 주연 영화보다 더 흥행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또 같은 기간 전 세계에서 10억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인 영화는 모두 벡델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전했다. 이름을 가진 여성 인물이 최소 2명 등장하는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가 △남성에 대한 것 이외의 대화를 나누는지 등 세 가지가 벡델 테스트 기준이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등장과 여성 서사를 갖춘 영화의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스크린에 더 다양한 히어로들이 등장할 것이다. 마블이 여성 단독 주인공을 내세운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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