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 보장된 SNS서
성매매 정보·후기 공유
마사지 등 유흥업소에서
밴드·단톡방 직접 관리도

오픈채팅과 밴드가 해외 성매매 정보를 공유하는 창구로 변질되고 있다. (왼쪽부터) ‘필리핀 성인방’이라는 한 오픈채팅은 가입자가 1150명을 넘는 대형 오픈채팅방이다. 여기서는 앙헬레스 현지 유흥업소 정보를 공유하고 성매매 후기부터 여성에 대한 품평 등을 실시간으로 주고 받았다. 회원이 6300여명에 달하는 앙헬레스 밴드에선 현지 유흥업소 관계자가 출장 성매매를 뜻하는 은어를 쓰며,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해당 SNS 캡쳐
오픈채팅과 밴드가 해외 성매매 정보를 공유하는 창구로 변질되고 있다. (왼쪽부터) ‘필리핀 성인방’이라는 한 오픈채팅은 가입자가 1150명을 넘는 대형 오픈채팅방이다. 여기서는 앙헬레스 현지 유흥업소 정보를 공유하고 성매매 후기부터 여성에 대한 품평 등을 실시간으로 주고 받았다. 회원이 6300여명에 달하는 앙헬레스 밴드에선 현지 유흥업소 관계자가 출장 성매매를 뜻하는 은어를 쓰며,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해당 SNS 캡쳐

대형 포털 사이트가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해외 원정 성매매 안내 창구로 변질되고 있다. 하루 수천 명이 필리핀, 태국 등 해외 성매매 정보와 후기를 공유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제제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네이버 자회사 캠프모바일이 운영하는 ‘밴드’는 애플리케이션 누적 다운로드 9000만건이 넘는 그룹형 커뮤니티 서비스로, 익명으로 누구나 원하는 커뮤니티에 가입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성매매를 일컫는 단어는 검색을 막고 있지만, 유명 성매매 지역명으로 검색하면 관련 정보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밴드 게시글을 읽으려면 가입을 해야 하는데, 여행 정보를 공유한다는 곳 가운데 가입 대상을 ‘남성’으로만 한정한 곳이 많았다. 특히 필리핀 최대의 성매매 관광지인 앙헬레스 관련 밴드가 많았다. 앙헬레스는 골프와 유흥을 즐기려는 한국 남성 관광객이 몰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지난 2일 필리핀 성매매 관광의 문제를 꼬집으며 매년 필리핀을 찾는 관광객 가운데 혼자 오는 남성이 120만명이며, 대다수가 한국, 미국, 중국, 호주인이라고 보도했다.

‘앙헬레스 여행 커뮤니티’라고 소개하는 한 밴드에 가입해 게시글을 살펴본 결과, 겉으론 여행 정보 밴드 같아도 실상은 원정 성매매 정보 동호회에 가까웠다. 이곳에는 매일 바(bar)라고 불리는 현지 유흥업소들의 내부 사진과 그곳에 고용된 여성 유흥접객원들의 모습이 업데이트 되고 있었다. 한 업소는 게시판에 현지 여성 7명의 사진을 올리며 “현재 시각 도시락 목록입니다. 모두 다 롱타임. 제가 배달 갑니다”라고 적었다. 여기서 ‘도시락’은 출장 성매매를, ‘롱타임’은 여성이 밤새 함께 있는 것을 일컫는 은어다. 또 다른 업소는 ‘도시락 필요한 분은 톡으로 문의하라’며 카카오톡 아이디를 공개했다. ‘내상(돈만 버렸다는 의미의 은어) 피하는 법’ ‘업소 후기’ ‘평균 가격’(성매매 비용)도 더 구체적인 댓글이 달렸다.

가입자 4000명 정도의 또 다른 밴드에선 ‘불매 바 리스트’를 작성해 유흥업소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었다. 이들은 ‘바파인(bar fine)’ 가격을 평균보다 올린 업소들에 분노하며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바파인은 성매매를 위해 업소 영업시간이 끝나기 전에 유흥접객원을 데리고 나갈 때 업소 측에 돈을 지불하는 것을 뜻하는 현지 표현이다. 밴드 내에는 이처럼 앙헬레스 현지 술집, 마사지 등 유흥업소가 직접 밴드를 운영·관리하는 곳도 수십 곳에 이른다.

익명으로 대화할 수 있는 카카오 ‘오픈 채팅방’(이하 단톡방)도 원정 성매매 정보 창구로 악용된지 오래다. 1160명이 참여하는 한 단톡방은 현지 여성 사진을 올리며 품평하거나 후기를 나눴고 추천하는 마사지 업소와 구체적인 성매매 비용도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롱·숏 얼마냐?”는 질문에, 곧바로 “요즘엔 둘 차이가 없다. 롱이라고 했다가 도망가기도 한다”는 구체적 답변이 올라왔다. 단톡방 대화는 현지 유흥업소 관계자와 그를 잘 아는 지인으로 보이는 5~6명이 주도했다. 이곳 말고도 성매매 정보 공유 단톡방 10여곳이 활발히 운영 중이다.

이 남성들이 성매매 후기를 통해 ‘자백’하고, 성매매가 이뤄지는 것으로 추측되는 유흥업소 광고를 노골적으로 하고 있지만, 처벌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업체가 키워드로 필터링을 하고 있으나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특성 상 채팅 내용까지는 제재할 수 없고, 성매매 후기 자체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고, 후기만으로는 범죄를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반성매매단체는 정부가 성구매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현행법으로도 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민영 다시함께상담센터 소장은 “온라인을 통한 성매매 조장과 알선이 점점 늘어나고 매체도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틀로 성매매 문제를 접근한다면 해결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SNS를 통한 성매매 조장·광고·알선 행위를 범죄로 인식하고 수사당국이 끝까지 추적해 차단하는 방식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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