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떠난 세 여자, 에코 페미니스트를 만나다] ③

마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베다. © 필름 고모리 대표 유혜민 감독
마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베다. © 필름 고모리 대표 유혜민 감독

공동체의 어머니이자 리더 베다

13년 동안 달리트 공동체 운동을 한 베다는 우리를 마을로 안내했다. 하늘색과 초록색 파스텔톤 단층집 사이로 아이들과 여자들이 나와 우리를 반겨주었다. 혜민 감독은 작은 카메라를 직접 만져보게 하며 아이들과 친구가 되었고, 금숙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인사했다. 베다를 보자 마을 여자들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이야기 했고, 베다는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내 앞에서 가족이야기를 하며 함께 울었던 베다가 아니었다. 그는 공동체의 강한 어머니였고, 든든한 리더였다. 마을 사람들은 우리를 공동 탁아소로 초대했다. 베다는 한국에서 온 친구라며 한사람 한사람에게 우리를 소개시켜주었다. 한 소년이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흐뭇해하며 우리에게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먼저 따뜻한 물을 은색 그릇에 담아 손을 씻도록 도왔고 망고튀김, 치킨 그리고 밥을 담아 주었다. 우리는 그들의 정성스러운 식사를 즐겁게 누릴 수 있었다. 베다가 진행한 달리트 여성 자조집단은 좋은 음식을 나누고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이었고 주택환경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달리트 마을의 여성들은 아름다웠고 아이들은 사랑스러웠다.

인도 힌두문화는 불가촉천민들이 성전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암베드카르는 그들의 손을 잡고 ‘성전 들어가기 운동’을 펼쳤다. 저수지물을 못쓰게 하자 그들과 함께 저수지를 찾아가 물을 마셨다. 달리트운동은 이렇게 경계를 넘는 것이다. 베다는 벨로어마을 한 복판에 달리트여성을 위한 ‘센드랄운동센터(thendral movement center: 부드러운 바람결)'를 세웠다. 그곳은 타밀나두 어디서든 대중교통을 이용해 접근하기 쉬운 곳이다. 그러나 동시에 달리트 여성들이 올수 없는 상층카스트 들이 사는 곳이다. 암베드카르처럼 베다는 금기의 경계를 넘어 마을 중심에 달리트 여성운동센터를 세운 것이다. 센터는 폭력에 시달리지만 갈 곳이 없는 여성들을 맞아주었고, 우울증에 빠진 여성들에게 쉼을 주고, 생존기술을 가르쳐 독립을 도왔다. 이렇게 자조집단은 100개로 확산되었고, 2000여 명의 여성들이 교육을 받았다. 운전교육 재봉교육 심지어 연극까지 교육하며 그들을 임파워했다.

마을 중심에 세운 달리트 여성운동센터

그러나 그의 운동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센터를 찾는 여성들이 불가촉천민이라는 것을 알아챈 마을 사람들이 그곳에서 성매매를 한다고 경찰에 거짓 신고를 했다. 센터의 건물주인은 월세를 30퍼센트나 높여 괴롭혔다. 베다는 그들을 ’명예훼손죄‘로 맞고소 한 상태다. 오히려 그는 물러나지 않고 이번기회에 마을 공터 국유지를 지목해 달리트 여성 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베다는 상층 카스트 사람들을 비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가 비판하는 것은 불가촉 천민을 차별하고 불편하게 하는 그들의 사고방식과 태도다. 그는 달리트 페미니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에그로페미니즘(Agro Feminism, 토지 페미니즘)을 주장한다. 아무것도 없는 달리트 여성들에게 한 평의 땅이라도 있으면 움집을 짓고라도, 주변에 농사를 지으며 독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가족과 사회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공터가 있으면 그것을 가난한 불가촉천민들을 위한 공유지로 사용하게 해달라고 정부에 주장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에 베다는 우리를 집으로 초대했다. 아버지, 언니, 형부 조카들, 모든 친척들이 멋진 옷을 입고 우리를 맞아주었다. 커다란 바나나 잎을 식탁에 깔아놓고 석류, 요거트, 생선튀김, 닭고기를 뷔페식으로 내놓았다. 우리가 식사를 마치자 그 뒤에 가족들이 함께 식사를 했다. ‘여성이 가족의 우두머리다. 그들이 가족을 보호하고 책임을 지고 있는 않는가? 여성들의 힘이 약하면 사회는 파괴적으로 될 것이다’ 라고 베다는 말한다. 강한 어머니처럼 가족을 지켜온 베다의 집에선 먼 길을 여행하는 자유롭지만 비루한 여자들이 귀빈 대접받는다. 마치 그를 찾아온 많은 불가촉천민 여성들이 고귀하고 아름답게 여겨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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