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숙희 / 여성학자

어느 집 장독이건 맨 위에는 구더기가 끼게 마련인지라 검찰에 대한 신뢰는 높지 않지만 그래도 평검사들이라기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티비 앞에 앉았다. 그러나 토론이 진행될수록 실망이었다.

그들은 ‘점령군’ ‘문민통제’ 등의 단어에 기분이 나쁘다며 감정적으로 시작해서 ‘장관도 정치인 아니냐’, ‘대통령이 과거에 전화했던 게 청탁 아니냐’ 로 토론회가 아닌 청문회를 하다가 시간이 없다면서 장관 말도 막고 대통령에게도 ‘듣기만 해달라’고 주문하더니 정작 대통령이 검찰 인사위원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제도적인 대안을 내라고 본론에 들어가자 아무 얘기를 못했다.

‘아내의 감기를 제 때 돌보지 못해 상처한 검사’가 등장하는 등 맥락에 닿지 않는 하소연과 개혁정책에는 동의한다는 등 추상적인 말만 중복될 뿐 이렇다할 알맹이가 없었다. 평검사들이 지방에서도 올라와 새벽까지 준비를 많이 했다던데 무슨 준비를 했단 말인가.

이것을 보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검사들의 반응은 검찰총장부터 젊은 평검사에 이르기까지 합리성은 없고 ‘감정’뿐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누가 감히 나(우리)를 건드려’. 자기 객관화가 되는 사람은 기분이 나빠도 합리적 이유가 없으면 조용히 참는다. 가정이고 직장이고 간에 자기가 제일 높다고 여기는 사람만이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자기 감정을 즉각적으로 표출한다. 이런 의미에서 합리적 근거없는 감정표출은 특권의식에서 비롯된다.

검사들의 요구가 정치적 외압이 없는 수사를 할 수 있게 검찰의 인사권을 검찰로 넘겨달라는 것이었다면 검사들은 우선 반성의 수순을 밟아야 했다. 정치적 외압에 굴복 또는 야합해온 정치검사들이 판 쳐온 검찰조직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그것을 고쳐보려고 노력하지 못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점을 사과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국민들은 평검사들의 조직서열상의 한계라고 이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은 정치검사가 아니라서 무죄라는듯 아무 반성없이 불평과 하소연만 늘어놓으며 ‘토론의 아마추어’라는 말로 내용없는 토론회를 변명하다가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랑해달라’는 구애로 끝을 냈다.

그날 저녁 코미디프로 <개그콘서트>의 ‘봉숭아 학당’을 보면서 낮에 토론회에서 본 검사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서민들의 야학에 다니는 귀족 세바스찬. 서민들의 삶을 체험하기 위해 입학했다면서 책상, 의자, 하인까지 구비한 특권을 누리며 동료들을 무시하는 그는 한 순간 갑자기 돌변해서 자신을 같잖게 보는 동료들에게 ‘놀아줘 잉’하며 매달린다. 그의 모습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 대한 기본적 예의도 갖추지 않다가 나중에는 국민과 대통령을 향해 ‘고생하는 불쌍한 저희들을 따뜻하게 안아달라’고 하던 평검사들의 모습과 절묘하게 닮아 있었다.

평검사들의 토론은 이제부터다. 직업병처럼 몸에 밴 특권의식으로 집단적으로 감정이 끓어올라 제대로 못한 토론을 지금부터 자기 안에서 해야 한다.

겸손과 반성을 전제로 오늘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갈 길과 국민들의 여망에 비추어 자신들을 객관화하지 못하는 한 평검사들이 만족하는 수준의 검찰독립이 이루어진다 해도 국민의 신뢰는 까마득하다. 그건 여전히 ‘당신들의 검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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