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와 결혼한 외국인 여성들의 인권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12일 충청남도 여성정책개발원이 마련한 ‘충남거주 외국인 여성들을 위한 정책 모색 워크숍’은 외국인 여성들에 대한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드러내 준 자리였다.

아미코(가명·27)씨는 임신 6개월로 안정이 필요한 시기지만 한국 남편의 폭력이 무서워 무작정 집을 뛰쳐나왔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하는 심정에 다섯 살난 아들이 측은해지고 뱃속의 아기마저 포기하고 싶다. 남편의 발길질이 두려워 집으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지만 갈곳도 없고 외국인 여성이 가정폭력으로 상담할 수 있는 기관이나 쉴 수 있는 쉼터조차 찾기 어렵다는 것은 또 다른 절망이다.

충남여성정책개발원 민경자 부장은 “말이 안 통하는 게 인권과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겠지만 그들이 남편에게 맞았을 때 여성부에서 운영하는 1366 전화를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며 “충청남도에만 3700여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있고 이들 중 많은 여성들이 언어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전한다. 현재 1366 상담전화는 영어와 러시아어만 지원한다.

이처럼 여성 상담전화가 외국인 여성들에게 닿지않는 동안 이들은 언어·문화적 차이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박영의 천안 YWCA 가정폭력상담소 전 소장은 “말이 안 통하고 문화적 배경이 상이하다는 이유로 한국인 남편들에게 구타당하고 있는 외국인 여성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며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소장은 “충남 지역의 경우 외국인 여성들이 대부분 농촌에서 살고 있다”며 “이들은 거주지의 특성상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힘들뿐더러 폭행을 당했어도 누구 하나 신고해 줄 사람도 없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학원에서 강의를 할 정도의 학력을 가진 한 중국여성은 “남편이 화가 나면 물건을 던지고 마구 구타하는 등 행패를 부렸으나 참아왔다”며 “급기야 불을 지르려고 난동을 부려 가족의 생명까지 위협을 받았다”고 울분을 터뜨려 외국인 여성들에 대한 가정폭력 심각한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나신아령 기자

지난 716호 ‘새정부, 노무현 대통령에게 바란다’ 기사 중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의 상임대표 신혜수씨는 박인혜씨의 잘못이므로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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