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요인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서

“남성 박탈감은 여성편향 정책 영향”

여성계 반발 “공개사과 하라”

팩트 틀리고, 객관성 실종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작성한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요인 분석 및 대응방안’ 현안보고서의 ‘20대 남성의 지지 이탈 구조’ 그래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작성한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요인 분석 및 대응방안’ 현안보고서의 ‘20대 남성의 지지 이탈 구조’ 그래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20대 여성이 페미니즘 등 집단이기주의 감성으로 무장하고, 남성혐오 문화가 확산해 20대 남성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과 관련, 여성계가 공개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정책기획위(위원장 정해구)는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에 대한 자문기구다.

27일 여성신문이 확보한 정책위 국민주권 2소분과의 2월 18일자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요인 분석 및 대응방안’ 현안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여성은 민주화 이후 개인주의, 페미니즘 등의 가치로 무장한 새로운 ‘집단이기주의’ 감성의 진보집단으로 급부상한 반면, 20대 남성은 경제적 생존권과 실리주의를 우선시하면서 정치적 유동성이 강한 실용주의 집단으로 변화‘했다고 나와 있다.

또 보고서에는 ‘혜화역 집회와 같이 이미 정치세력화된 여성집단에 비해 정부, 여당 어디에서도 20대 남성의 이익이나 입장을 대변할 정치적 우군(지원 세력)이 없다는 현실 인식 팽배’해 있다고 부연했다. 또 ‘여당 내부의 일부 정치인들이 여성편향적 정책 행보 등도 20대 남성의 불신 및 지지 철회를 촉발’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와 함께 ‘진선미 장관의 여성임원 기업 국민연금 투자 확대는 능력과 관계없이 여성을 승진시키고 남성이 더 많이 내고 있는 국민연금을 오히려 기여가 적은 여성에게 사용해 공정성의 문제를 제기해 정부 정책 불신 초래’한다고 단정지었다.

여성계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신경아 한국여성학회 회장은 “이같은 분석은 정부가 20대 남성이 겪고 있는 위기적 상황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젠더갈등으로 치환한 것으로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이 국면은 50대를 중심으로 한 남성 주류 권력집단이 오랫동안 형성해온 사회 경제적 구조 속에서 청년의 불안정이 도드라지면서 나타난 것”이면서 “정책기획위의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 문건을 작성한 위원들과의 공개토론회를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신자유주의시대에서 불안과 위기의식은 청년세대 모두가 겪고 있는 공통의 문제인데 남자는 박탈감, 여자는 이기적이라고 표현하는 자체가 정책자의 입에서 나올 얘기가 아니다. 요구하는 게 이기적이라고 하면 뭘 요구하겠나”면서 “지난해 여성들 60~70만명이 거리로 나와 변화를 요구했는데, 왜 요구하는지, 무엇을 요구하는지, 정말로 이기적인지 아닌지부터 분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이 같은 문건이 나올 수 있었던 정책기획위 위원의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책 전문가는 “여성 임원 확대 정책 관련 내용 등 팩트가 아니며 오염된 시각이 그대로 담겼다. 작성자가 위원이든 실무자든 사실 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내용을 문서에 표현한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성별격차가 완화됐다는 것은 여성 개인의 노력일 뿐 구조적 개선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역차별은 언급하면서 각종 성차별 상황과 지표는 언급하지 않고 있어 객관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갈등을 부추기는 접근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책기획위원회 측은 “해당 보고서는 내부용이고 기획위 국민주권 2소분과의 일부 위원들이 자유롭게 토론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됐고 정해구 위원장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참석자 명단은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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