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여론·재판관 구성… 7년 전 헌재 결정 뒤집히나
달라진 여론·재판관 구성… 7년 전 헌재 결정 뒤집히나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9.02.28 09:23
  • 수정 2019-02-28 09: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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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낙태죄 위헌 선고 임박
여성 4명 중 3명 “낙태죄 폐지”
“태아 생명권 우선” 주장도 팽팽
2012년 ‘합헌’ 결정 바뀔지 관심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9월29일 서울 중구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단을 위한 국제 행동의 날 기념 ‘269명이 만드는 형법 제269조 폐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형법 제269조 1항은 여성이 낙태를 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여성시민단체로 구성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형법 제269조 폐지를 요구하며 폐지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낙태죄’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7년 전 ‘합헌’으로 결론 났던 헌법적 판단이 뒤집힐 지 관심이 쏠린다. 헌재 구성이 당시와 달라졌고 여성 4명 중 3명이 낙태죄 개정에 찬성한다는 정부 조사 결과도 나오면서 이번엔 다른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형법은 여성이 낙태(임신중절)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269조 1항)에 처하고, 낙태를 한 의사는 ‘2년 이하의 징역’(270조 1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심리 중인 헌재는 오는 4월 11일 위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소원은 2017년 2월 제기됐다. 지난해 5월에는 공개변론이 열렸고 그해 선고가 유력하게 점쳐졌으나 재판관 5명이 퇴임하면서 미뤄졌다.

앞서 2012년 헌재는 낙태 처벌 조항들을 ‘합헌’으로 결정했다. 재판관 4(위헌) 대 4(합헌) 의견이었다. 당시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태아의 독자적 생존능력 등을 낙태 허용의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여전히 쟁점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 어느 것을 우선시 하느냐다. 다만 이번엔 분위기가 다소 달라졌단 관측이 나온다. 먼저 헌재 구성이 완전히 달라졌다. 2012년 결정에 참여했던 재판관들은 모두 퇴임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임명된 재판관이 9명 중 6명이고, 여성 재판관도 2명이다.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은애·이영진 재판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낙태죄 조항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입장을 표명하진 않았으나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공개적으로 합헌을 주장한 재판관은 없다.

보건복지부 의뢰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도 헌재 결론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사건 심리의 주요 요소 가운데 하나가 당사자인 여성의 의견이라는 점에서다. 이번 조사에서 여성 75.4%는 낙태죄 처벌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개정 이유로는 ‘여성만 처벌하기 때문에’란 응답이 66.2%(복수 응답)로 가장 높았다. 여성 건강권을 침해해서라는 응답은 65.5%였다. 62.5%는 자녀 출산 여부는 기본적으로 개인 선택이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더 나아가 84.2%는 ‘안전한 낙태는 사회구성원의 권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제 사회도 한국 정부에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낙태법과 관련 정책은 반드시 여성의 건강과 인권을 보호해야 하고 안전한 임신중절에 대한 접근과 제공에 방해가 되는 규정적·정책적·사업적 장벽은 제거해야 한다’는 지침을 제시한 바 있다.

해외 선진국들도 여성이 안전하게 낙태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는 추세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사회경제적 사유로 낙태를 할 수 있는 나라가 2018년 기준 30개국이다. 헌법상 낙태를 금지했던 아일랜드도 지난해 5월 국민투표 결과 66.4%의 찬성으로 낙태를 금지한 수정헌법 8조를 개정하기로 했다. 올해 1월부터 여성의 요청이 있으면 임신 12주이내 수술에는 제한을 두지 않고 합법적으로 낙태 의료 시술을 할 수 있다. 현재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를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뉴질랜드, 폴란드, 칠레, 이스라엘 등 5개국뿐이다.

여성계는 형법상 낙태죄 폐지를 통한 인공임신중절의 전면 비범죄화와 모든 여성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피임기술과 의료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21일 343개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가 주최한 ‘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 토론회에서는 여성·시민사회는 ‘낙태죄는 위헌’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한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생명존중과 보호에는 이견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 생명윤리를 위해 임신중절을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제안은 형법의 과잉도덕화”라며 “헌재는 이전 간통죄의 위헌 결정에서도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행위 모두를 형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여성의 몸에 대한 국가의 통제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라며 “임신중절에 대한 규제는 여성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의료인에 대한 각종 규제와 동일한 방식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낙태죄 위헌·폐지 촉구 퍼레이드 “낙태죄, 여기서 끝내자!”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낙태죄 위헌·폐지 촉구 퍼레이드 모습. © 이정실 사진기자

 

하지만 여전히 “태아의 생명권이 우선”이라는 입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국성과학연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낙태가 합법화되면 외국 사례처럼 낙태를 상업화시키려는 제약회사, 의료산업의 엄청난 홍보작전으로 낙태 광고가 수면위로 드러나게 될 것이고 태아장기판매 등 비윤리적이고 비도적인 일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단체는 “낙태는 한 생명을 살해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죄책감이라는 양심마저 무감각하게 만들어 버리기에 인명 경시풍조가 더욱 강해질 것이고 그 결과 사회는 날이 갈수록 피폐해지고 황폐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낙태죄 위헌·폐지 촉구 퍼레이드 “낙태죄, 여기서 끝내자!”가 열려 참가자들이 집회 후 낙태죄 위헌 판결과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인사동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낙태죄 위헌·폐지 촉구 퍼레이드 “낙태죄, 여기서 끝내자!”가 열려 참가자들이 집회 후 낙태죄 위헌 판결과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인사동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 이정실 사진기자

 

한편, 헌재에서 낙태죄 조항에 수정을 권고하는 헌법불합치가 나온다면 임신 12주까지는 낙태를 가능하도록 하는 대안이 제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신 초기와 중기를 구분하는 12주를 기준점으로 삼는 나라가 많고, WHO도 12주 기준을 채택하고 있어서다. 2012년 헌재 선고에서도 위헌 쪽 재판관들은 “임신 13~24주까지의 중기에는 낙태 시술로 인한 합병증 우려가 크고 모성사망률의 위험도 급격히 커지기 때문에 12주까지만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해 ‘낙태죄에 대한 외국 입법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임신 12주의 범위 내에서는 임부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는 것을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며 “의학적으로 안전한 낙태 시술이 이뤄지고 낙태 전 상담제도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OECD 회원국의 임신중절 관련 법제화 현황 ⓒ여성신문
OECD 회원국의 낙태 관련 법제화 현황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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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품미프진 2019-02-28 11:17:39
하루빨리 낙태죄 폐지하여 여성인권이 조금이라도 더 보장이 되었으면 좋겟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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