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명호/서울 여한의사회장, 몸을 살리는 다이어트 자습서<살에게 말을 걸어봐>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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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모임에 참석하고 난 뒤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선배언니가 차 한잔을 하자고 불러 앉혔다. 언니의 얼굴이 약간 붉어지는 듯 하더니 물어볼 게 있단다.

“자궁에 혹이 생겼다는데 의사가 들어내자고 해. 얼마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지...”

“어느 정도 크기의 혹이라는데요? 혹도 혹 나름이지. 양성근종이면 언니나 내 나이면 월경 끝나면서 같이 자궁이 줄어들고 혹도 쪼그라들어 아무 걱정이 없어요.”

“1센티라고 그러던데.”

“세상에. 그걸 혹이라고 자궁을 들어내자고 하다니. 언니 다른 병원 두 군데 더 가셔서 진찰 받으시고요. 그 중에 한 군데는 꼭 여자의사의 의견을 들어 보셔야 해요.”

자궁과 난소, 여성의 생명력의 원천

선배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교수 출신으로 지금은 고위공직자임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말 한 마디에 상심과 불안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의논할 상대도 있었고 다른 병원 가서 진료 받을 경제력도 있기 때문에 다행인 경우다. 그후 두 군데의 산부인과 검진을 받았고 한 군데서는 어디 혹이 보이느냐고 이 정도는 혹도 아니라고 수술하면 절대 안된다는 얘기를 듣고 얼굴이 환해져서 왔다.

위의 예가 ‘설마 그렇게까지’라고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듣는 나도 놀랄 지경인 사실이다. 만약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거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라면 대부분은 놀라고 많이 걱정할 것이다. 잘 모르지만 의사의 말이니까 의사의 요구대로 자궁절제수술을 받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의 몸에 대한 특히, 자궁과 난소에 대한 수술이나 호르몬요법들은 지나치게 공격적이다.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에 잘라내도 된다거나 놔두면 문제만 일으키니까 그냥 떼어내는 것이 났다거나 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많이 벌어져 왔다.

자궁과 난소는 단순히 쓸모가 떨어지면 폐기처분해도 좋은 그런 살덩어리가 아니다. 여성의 생명력과 지혜의 원천이며 자기 존중감의 근원이다. 자궁과 난소를 들어낸 여성들은 육체적인 박탈감과 정신적 상실감에 시달리며 자신감을 잃기 쉽다.

나도 빈궁마마가 될 뻔한 사건이 있었다. 3년 전에 정기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오른쪽 난소에 달걀 만한 물혹이 생겼고, 경계마저 확실해 보이니 난소암 같이 보인다는 친구의 진단이었다. 그러고 보니 평소에 옆구리가 결린 것도 같았고 쿡쿡 쑤신 듯도 한 것 같았다.

“이제 올 것이 온 게야. 나라고 운명을 피해갈 수 있겠냐. 난소암은 성공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여자들이 잘 걸리는 황금가지 병이라던데 나도 그랬구나. 바보같이 산 거야....”

자궁의 자기 치유력을 믿어보자

뇌까리며 반성도 하고 자책도 하면서 이제 약이라도 좀 챙겨 먹자며 기도하듯이 약을 먹었다. 난소 쪽도 많이 문질러주면서 “그래 네가 할 말이 많았구나. 고생한 걸 내가 몰라주었나 보다. 잘못했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남 보기에는 생쇼 같지만 나 자신은 무척 진지한 작업을 했다. 겨우 한 달 약을 먹고는 다른 병원 두 군데를 찾아가서 초음파 검사를 했다. 난소가 약간 부풀기는 했지만 달걀 만한 물혹은 없는 것으로 진단을 받았다. 호르몬과 배란의 영향으로 물혹 정도는 커졌다가 쪼그라들기도 하는 것이 정상 과정일수도 있다. 또한 물혹이나 근종이 자라날 수 있는 것이라면 줄어들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초음파와 내시경이 생기고 나서 몸 속을 들여다보니 그 동안 존재했지만 몰랐던 조직들이 보이게 된 것이지 들어내고 잘라내도 좋다는 얘기는 아닌 것이다.

단순한 근종이나 혹은 나중에 암으로 발전하지도 않고 더더구나 존재 자체로서 위험하지 않다. 자궁, 난소 등의 수술 여부를 판단할 때 몸 전체에 대한 이익과 손실, 후유증을 꼼꼼히 따져서 최소한도의 시술을 하는 신중함이 꼭 필요하다. 이제 자궁의 자기 치유력을 믿고 말을 한번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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