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여성정책 추진 25년
예산·공무원 전문성 갖춰야
삶의 변화로 이어질 것

[여성정책 네트워크] 전국 여성·가족정책 연구기관장이 매주 지역의 여성·가족 현안과 개선 방안을 소개합니다.

취임 한달째를 맞은 한옥자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은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경기도 여성·가족 정책을 연구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해왔다면 미래의 10년은 ‘솔류션 뱅크’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옥자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995년은 대한민국 여성에게는 특별한 해다. 30여년 만에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 동시 선거로 명실상부한 자치시대를 다시 연 첫 해이며, 또한 여성정책의 헌법이라 불릴 정도로 여성정책 수립의 근거로서 큰 역할을 해온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된 해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법과 제도의 변화는 초기 상상을 넘어 여성의 삶에 직·간접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지방자치(自治)는 단순히 중앙집권적 권력을 지방정부와 나눈다는 의미를 넘어 이름처럼 정치를 통치자의 몫에서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가야하는 하는 협치 대상으로 바꾸고 그 빗장을 열었다는데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우리 삶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참여예산까지는 아니지만 우리 손으로 내가 사는 지역의 소소한 일상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되고, 신문 속에 머물던 정치가 조금씩 생활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여성들이 정치참여 출발선으로 한 발씩 움직이는 계기가 됐다. 때마침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은 제정 당시 실효성 논란과 달리 지방자치라는 제도를 통해 더 빨리 여성 삶의 변화를 이끌어 갔다. 그 후 중앙정부에는 법에 따라 여성정책을 총괄하는 여성조직을 구성하고 경기도의 경우는 1996년 부녀복지국을 여성정책실로 전환하면서 여성정책의 시대를 열었다.

그 첫 작업으로 ‘경기도여성정책 중장기발전 기획단’을 구성해 2030년까지 경기도여성정책 중장기 로드맵을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 등 여성의 사회참여와 역량 개발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기에 이른다. 그 일환으로 여성정책 연구기관이 설립됐다. 이와 같은 과정은 경기도 뿐 아니라 전국 모든 광역자치단체에서 시차를 두고 진행돼 오늘에 와 있다.

여성정책이 전면에 내세워진지 25년 가까이 지나온 이 시점에 여성정책은 안녕한 지 내 주변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광역자치단체에서 수행하는 여성정책은 국가 사무와 광역자치단체에서 자체 수립한 정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양성평등정책시행계획에 나타난 예산을 통해 살펴보면 점차 나아지고는 있으나 대부분 정책이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 수립한 정책이기보다는 국가 사무에 치중해 단순 전달자의 역할에 머무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일차로 우리나라의 자치분권의 한계로 현재처럼 8대 2의 분권 배분 구조 안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하다. 향후 예산을 포함한 확대된 분권 정책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여성정책을 다루는 공무원의 전문성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성주류화라는 특수 정책 영역을 전공이나 경력과 상관없이 2년마다 순환 보직으로 맡게 되면서 여성정책은 여전히 자리를 못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현재 정책을 결정하는 상위 관리직 여성 공무원이 부녀복지에 집중된 상태에서 그 동안 관례적으로 해온 사업 즉, 경로의존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정책의 성주류화보다는 정부합동평가와 같은 평가에 구속되어 숙제하듯 여성정책을 추진하다보니 정책 추진 25년 가까이 돼도 여성정책이 여성의 삶과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닐까?

인구의 절반 여성을 위한 정책은 다른 의미로 남성을 위한 정책이기도 하다. 확실한 분권정책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도록 권한과 예산을 대폭 위임하고, 여성정책이 충분히 자리 잡을 때까지 젠더 전문 여성 공무원 양성이 요구되며 문제 수습이 목적이 아닌 예방에 중심을 두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기조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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