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소비자의 마음 읽기]

저렴한 가격 큰 만족, 리퍼브가 좋아~

리퍼브 상품이라는 표현이 생소한가? 조금 쉽게 설명하자면 진열 상품, 스크래치 상품, 반품 상품, 유통기한 임박 상품 등을 리퍼브 상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리퍼브라는 말은 새롭게 단장하다(refurbish)라는 단어를 차용한 것이다. 완전한 새 상품은 아니라 할 수 있지만, 사용하기에는 그다지 하자가 없는 상품을 말한다.

중고 상품과 리퍼브 상품이 다른 점은 이미 다른 사람이 이 상품을 실생활에서 사용한 적이 있는가 여부이다. 리퍼브 상품은 다른 사람이 사용한 적이 없는 상품이다.

10여 년 전에도, 아니 그 이전에도 리퍼브 상품은 있었다. 재활용 센터 등 중고 가전이나 가구를 수거해서 리폼하고 재판매하는 리사이클 매장이 있었다. 지금도 ‘아름다운 가게’ 같은 곳에서는 쓸 만한 상품들을 기부 받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데 ‘시간이 좀 지난 리퍼브 상품’도 있다. 아울렛 매장에서도 2-3년 전 생산해서 판매했던 재고품들이지만 저렴하게 새 상품을 판매한다.

그런데 요즘, 리퍼브 상품이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대표적인 리퍼브 상품들은 매장에 진열해 두었던 가구나 가전제품, 장난감, 생활소품 등이다. 최근에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도 리퍼브 상품 범주로 들어오고 있다.

현명한 소비자들은 누가 쓰던 것도 아닌데, 단지 진열이 되었던 것뿐인데, 반품 과정에서 박스가 조금 찢어졌을 뿐인데 라는 똑똑한 판단으로, 거의 새 상품과 다름없는 리퍼브 상품들을 50% 이상 파격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한다. 결국 양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득템 할 수 있는 것이니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는 리퍼브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상세한 요령이 SNS 입소문을 타고 공유되기 시작했다. 어떤 가전(가구) 매장에서는 매년 몇 월경에 진열했던 상품을 할인 판매한다는 식의 정보와, 스크래치 상품 잘 고르는 법 등이 그런 내용들이다. 그러나 리퍼브 상품은 늘 매장에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알음 알음 방식으로, 혹은 매장 관리자의 지인 찬스를 쓸 때 비로소 득템이 가능하다.

최근 들어 리퍼브 상품 혹은 리퍼브 매장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은 왜일까? 오래 전에 파산해서 수 십 억대의 빚을 갚아야 하는 유명 연예인이 리퍼브 매장에서 반짝 반짝한 상품들을 사는 이야기가 방송을 타면서, 아니면 패션 감각이 뛰어난 연예인들이 동묘시장이나 고양시에 위치한 매장에서 리퍼브 의류를 득템하는 장면들이 여러 차례 TV에 노출되면서부터였을까?

오래 진열되어 있던 식탁이지만 아주 튼튼해 보인다. 새로운 주인을 만나기 위해 여전히 진열 중이다. 사진_최아라
오래 진열되어 있던 식탁이지만 아주 튼튼해 보인다. 새로운 주인을 만나기 위해 여전히 진열 중이다. 사진_최아라

리퍼브 상품이 가성비 측면에서 괜찮다는 사실을 머리로 이해하기는 쉽다. 새 것이 아니라는 약간의 찝찝함이 있긴 하지만 중고도 아닌 것이 굉장히 싸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감각 있는 연예인들의 일상생활을 통해 양질의 저렴한 리퍼브 상품을 골라내는 것은 일종의 센스이거나 혹은 스마트한 소비자임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최근에는 리퍼브 상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가구 업계나 가전 업계에서는 아예 리퍼브 매장을 오픈하기에 이르렀다. 리퍼브 상품들이 처분 대상이 아니라 판매 상품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의미이다.

유행이 지났거나 살짝 흠집이 나서 처치 곤란이었던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었으니 기업 입장에서도 좋고, 양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사게 되니 소비자에게도 좋다. 나아가 판매되지 않고 폐기된다면 환경 측면에서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그것도 아니니 모두에게 좋은 것 아닌가? 불경기가 오래 지속된 까닭에 이러한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소비자라면? 우리가 원하는 것은 나에게 필요한, 양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잘 사는 것이다. 싸다고 샀던 것들이 모두 ‘득템’이 아닌 경우도 많다. 나에게 꼭 필요한 상품이라면 발품을 팔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쇼핑을 위한 쇼핑이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아무리 리퍼브라 해도 계획적인 소비를 해야 한다.
  • 기업이라면? 리퍼브 매장을 표방했다면, 리퍼브 제품에 초점을 맞추어서 판매해야 한다. 은근슬쩍 신상품을 같이 전시하여 신상품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함으로써 신상품 판매에 중점을 두는 등의 꼼수 마케팅은 지양해야 한다.

구혜경. 충남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여성신문에 원고를 재능기부 중이다. 국내대기업에서 화장품마케팅업무를 10여 년간 수행한 바 있다. 현재는 소비자정보, 유통, 트렌드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며 충남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sophiak@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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