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항거 : 유관순이야기

'항거 : 유관순이야기'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항거 : 유관순이야기'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1919년 서대문형무소. 한 여성이 쇠로 된 발찌를 찬 채 들어선다. 왼쪽 눈은 부었고 누가 봐도 성치 않은 몸. 수감번호 371번, 유관순이다. 27일 개봉하는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감독 조민호)는 역사적 실존 인물을 다뤘다는 이유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유관순을 소재로 한 점도 새롭다. 유관순을 소재로 나온 영화가 드물기도 하지만 유관순의 마지막 1년을 자세히 아는 사람도 드물기 때문이다. 유관순이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호실에 갇히는 날부터 형무소에서 펼쳐지는 3.1운동 1주년 만세 운동까지 담아낸 이 작품이 ‘역사 교과서’ 과도 같은 이유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전체적인 힘은 유관순의 정신에서 나온다. 차가운 감옥 바닥에서도 일제에 항거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독립을 향한 대단한 신념에서 나온 것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강하게 빛나는 그의 눈빛이 이 영화를 지배한다. 강렬한 모습만 비추는 건 아니다. 3.1운동 1주년 만세 운동 개시를 앞두고 “만세 1주년인데 빨래나 하고 있을 순 없잖아요”라며 웃으면서 말한다. 그 순간 유관순의 모습은 천진난만한 보통 학생 같다. 하지만 이 작은 체구의 소녀가 만세를 외치는 순간 그는 누구보다 강한 리더가 된다. 그가 외치는 만세의 뜨거운 숨결이 옥사 안을 감싼다.

'항거 : 유관순이야기'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항거 : 유관순이야기'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유관순만 다룬 작품은 아니다. 유관순과 8호실에 갇혀 있었던 25명의 여성도 자연스럽게 주목하게 된다. 그들은 기생, 다방 직원, 임신한 여성 등 투사라기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제대로 앉을 수도 없는 좁은 옥사에서 다리가 붓지 않기 위해 빙글빙글 걸어야했던 그 참혹함 앞에서도 여성들은 서로를 응원했다. 3.1운동 1주년 만세 운동을 벌인 건 유관순이었지만 옥사 내 여성들의 작은 연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이 역사에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여성들이 이 영화에서 그려졌다는 점은 잊힌 독립투사를 살려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역사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쓰인다는 말이 절로 생각난다.

유관순을 연기한 고아성은 삶이 끊어지기 직전의 유관순을 그려내기 위해 열흘간 금식까지 하며 공을 들였다. 제대로 설 힘도 없어 일그러져 쓰러진 유관순의 마지막 표정은 쉽사리 잊기 힘들다. 105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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