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시선] 길거리의 진상들
[정재훈의 시선] 길거리의 진상들
  •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19.02.21 06:40
  • 수정 2019-02-20 2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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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줄이기 위해서는
산업구조 개혁과 함께
환경 감수성 장착해야

 

대통령까지 나서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할 정도로 미세먼지는 심각한 문제가 됐다. 서울시장은 나서서 중국 쪽으로 손가락을 돌리기도 했다. 그런데 정치인이 나서고 과학자들이 입을 열어 아무리 현란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화력발전소에서 시작해서 고등어 구이까지 원인으로 등장했지만, 결국 우리가 주범이다. 반환경적으로 무심하게 사는 우리 잘못이다. 그러나 미세먼지를 주제로 한다면 한국사회는 위선과 내로남불의 선명한 사례일 뿐이다. 알면서도 그렇고 몰라서 또한 그러하다.

잘못은 할 수 있다. 더 이상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그렇게 진짜 ‘특단의 대책’을 만들려면 감수성이 중요하다. 이 글의 독자 대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짐작하는 여성운동 관계자들 잘 아시지 않는가? 성인지 감수성이 없다보니 그냥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 청년이 알면서 모르면서 성희롱을 하게 된다. 그래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산업구조 전반에 걸친 개혁이 시작되어야 하지만, 그 전에 정치인, 관료, 과학자 등 관련 전문가, 그리고 대중의 환경 감수성 변화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 특단의 대책을 대통령이 요구하니까 인공강우 실험 호들갑을 떠는 감수성으로는 안된다. 아마 이런 분위기에서 정권이 바뀐다면 다시 원자력 발전소가 대안으로 강력하게 부상할 것이다.

백화점이나 호텔에서 주차서비스를 받는 좀 있어 보이시는 분들을 지금까지 아마 수백 명은 관찰해 보았다. 엔진공회전 관련 호기심 때문이다. 그런데 이분들 대다수가 열쇠를 받아드는 주차요원들에게 대개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는다. (돈) 있는 자의 거만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게다가 단 한 명도 자신이 타고 온 고급 승용차의 시동을 끄고 내리는 경우를 못보았다. 한번을 못보았다! 곧 차량이 이동할 거라서? 차 시동 금방 껐다켰다 하면 차에 안좋으니까? 궁색하다. 한창 바쁠 때에는 주차요원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몇 분 이상을 그냥 엔진이 돌아가고 있다. 그 정도 좋은 차라면 그 자리에서 수백 번 켜고 꺼고 차 상할 일은 없을 것이다. 주차관리 책임자 같은 사람에게 말도 걸어 보았다. 주차관리 요원들의 건강 차원에서라도 엔진공회전 금지·자제 문구를 걸어놓으면 어떻겠냐고? 손님들께서 불편해 하실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어디 그 곳뿐이랴. 의원님, 장관님은 물론이고 시장님, 원장님, 사장님 오실 때까지 기사들은 차 시동을 끄지 않고 있다. 예외없이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여의도 국회의원 전용 승하차장에 가보라! 추우나 더우나 선선하나 가리지 않고 의원님 나오시기 훨씬 전부터 엔진은 돌아가고 있다. 한국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이미 물 말아 먹은 개념이니 포기한다 치자. 대중의 모습은 어떠한가? 장애인이 차 뒤쪽에서 승차하는 동안 이른바 ‘교통약자 이동차량’은 “앳다 먹어라”는 식으로 매연을 뿜어댄다. 지하철 역에서 내 자식을 태우려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부모는 시동을 끄지 않는다.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 들이마시는 유해물질에 대해서는 인식도 없다. 누가 당신 면전에 담배연기를 뿜어대고 있다 상상해 보시라. 차가 하루 정도 쉴 수 있지만, 성스러운 주일을 지킨다고 몰려드는 대형교회 주차장은 엔진공회전 경쟁터이다. 하루 종일 힘들게 택배를 하고 공사장을 드나드는 화물차 운전자들은 차 뒤에서 짐을 내리면서도 시동을 켜둔다. 안타깝다. 이 외에도 사례는 수없이 많다.

엔진공회전은 환경 감수성 제로시대에 사는 한국사회 국민 스포츠 중 하나이다. 한국사회 대개조 운동의 시작 차원에서 공회전 안하기를 시작해 보자. 공공기관부터라도 소속 차량 공회전 안하기를 실천해보자. 이제 곧 봄이다. 그때에도 손가락을 중국으로만 향하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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