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관행’이 아닌 ‘차별’입니다
[여성논단] ‘관행’이 아닌 ‘차별’입니다
  • 최미진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대표
  • 승인 2019.02.21 06:25
  • 수정 2019-02-20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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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 미투·페이 미투 등
고용 성차별 문제제기 필요
최미진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대표
최미진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대표

2018년 4월 12일 대법원은 “법원이 성희롱 관련 심의를 할 때에는 성인지감수성을 잃지 않아야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으며, 2018년 12월 24일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제정됐다. 지난 2월 1일에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인정돼 법정 구속됐다. 피해자들이 자신을 드러내고 저항해 온 역사적 토대 위에 2018년 거세게 일어난 미투(#MeToo) 운동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던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깨부수고 법·제도의 변화와 사법부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반면, 1988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되고 3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성별임금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대로 15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여성 임금근로자 중 41%가 비정규직이며, 2018 이코노미스트에서 발표한 한국의 ‘유리천장 지수’는 OECD 29개국 중 29위로 6년 연속 최하위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 해 4월 금융권 채용 성차별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고, 그 실상은 점수조작, 의도적인 채용 성비 맞춤 등 직접적·노골적 여성 채용 배제에 해당하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이와 관련 남녀고용평등법의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김영주 전 장관은 2018년 4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여성위원회가 주최한 ‘여성 리더십 포럼’ 초청 강연에서 “지금까지 금융기관의 채용비리 등은 관행이었는데 과거 사례까지 들추면 크게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금융권 채용 성차별 전수조사를 거절하는 뜻을 내비춰 여성·노동단체들의 공분을 샀다.

남녀고용평등법을 집행해야 하는 행정부처의 장이 지난 30년간 명백히 위법한 것으로 금지되어 왔던 ‘채용 성차별’, 어떠한 판단과 해석의 여지도 없는 명백한 위법사항을 “관행”이라 치부할 수 있었던 지난 2018년 4월 그 현장이 우리나라 성평등 노동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비교하자면 고용 상 성차별에 있어 여성들이 발 딛고 있는 현실은, 성희롱 관련 최초 소송인 서울대 신 교수 성희롱 사건이 2심 서울고등법원에서 위법하지 않은 것으로 뒤집히던 그 무렵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95년 당시 서울대 신 교수 성희롱 사건의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업무수행 상 우연히 또는 의도적으로 빚어진 수차례의 가벼운 신체접촉행위이거나, 다소 짓궂지만 노골적으로 성적인 것은 아닌 농담 또는 호의적이고 권유적인 언동에 불과하였고, 설사 위 피고에게 성적 접근의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행위의 악성은 경미한 것”이라서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 전제는 “(인격권 침해가 있더라도) 업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거나 불가피한 것인 때에는 그 근로자는 그 직장을 떠나지 않으려면 또는 그가 그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려면 그 침해를 수인할 의무가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신 교수의 행위는 통상 업무수행에 필요한 것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 감내해야 하는 허용범위를 넘어서지 않았다는 뜻이다. 채용 성차별이 관행이었다는 발언은 서울대 신 교수 성희롱 사건의 2심 판결문의 이와 같은 내용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1월 29일 IBK투자증권이 여성 지원자 20명의 면접 점수를 고의로 낮췄고, 2017년 지원자 여성 비율은 45%인데 최종 합격한 여성은 단 1명에 불과하다는 기사를 또 다시 접할 수 있었다.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 인정된 3일 전이다.

관련 법과 제도, 대법원 판례의 변화 빈도 및 속도에 있어 성희롱·성폭력 영역과 고용 상 성차별 영역에 이와 같은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지속적인 법적 쟁송의 제기 빈도와 피해자들의 끊임없는 발화 빈도의 차이와 무관하지 않다. 아니 아주 관련이 크다. 남녀고용평등법 제정으로 고용 상 성차별이 금지된 지난 30년 동안 고용 상 성차별 관련 법원의 판례는 27건에 불과하다.(‘2018 여성노동대토론회 문재인 정부, 여성노동정책에 없는 것’ 박선영)

그동안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를 비롯 여러 단체들이 끊임없이 요구해 온 ‘채용단계별 성비 공개’, ‘고용노동부의 적극적 행정과 법집행’, ‘고용노동부 각 지청 단위를 포함하는 고용평등과 조직’, ‘노동위원회에 성차별 시정제도 도입’ 등 지속적인 요구에 병행하여, 모집, 채용, 배치, 승진 등 고용 전 영역에 걸친 차별에 대하여 끊임없는 법적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또한 성희롱·성폭력 미투 뿐만 아니라 성차별 미투, 페이미투 등 고용 상 성차별에 따른 권리 침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할 것이다.

※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법률지원국 소속 공인노무사와 변호사가 ‘고용 상 성차별’, ‘채용 성차별’ 관련 진정, 고소, 소송 등 법적 대응 전반을 무료로 지원합니다.

채용 성차별, 임금차별 등 고용 상 성차별 문제는 소송 및 진정 자체 빈도가 낮아 법적 문제제기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노사 양측 간 채용 과정 및 고용조건의 기준에 대한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한 소송 등 수행의 어려움으로 법적 대응이 포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채용 성차별 등 고용차별의 문제를 법적으로 문제제기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금융권 채용 성차별과 같은 노골적인 차별의 개선은 매우 속도가 더딜 것입니다.

채용, 배치, 승진, 퇴직 등 영역에서 차별의 피해를 입은 여성 근로자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언론에 이슈가 된 채용 성차별 금융기관 및 공공기관 입사 후 채용 과정에서 탈락하신 분들은 물론, 다른 기업 또는 기관에서 피해를 입은 경우 모두 지원 가능합니다.

법률지원 또는 상담을 원하는 경우 전화( 0505-515-5050) 또는 홈페이지(http://www.yeono.org/default/), 이메일(yeonocenter@naver.com)으로 연락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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