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거:유관순이야기' 주연 고아성

 

배우 고아성.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고아성. ⓒ롯데엔터테인먼트

“유관순 열사가 3.1운동을 하고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 시위를 이끌었어요. 참혹하게 끝났을 때 정말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세운동 1주년 때 사람이 다칠 걸 알면서도 만세를 외쳤죠. 목소리와 의지를 강하게 표출해야 했고요. 그때 마음이 무거웠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감정을 떠올리면 지금도 울컥해요.”

19일 삼청동에서 만난 배우 고아성(28)은 시종일관 차분했다. 고아성은 27일 개봉하는 ‘항거:유관순이야기’(감독 조민호)에서 유관순을 연기한다. 유관순은 1919년 3.1운동에 참여하고 그해 4월 충청남도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한 역사적 인물이다. 영화는 역사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유관순의 마지막 1년을 그린다.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호실에 갇혀 주먹크기도 안 되는 밥 덩어리를 먹고 손가락이 뽑히는 고문을 당하지만 일제를 향한 항거를 멈추지 않은 삶을 담아낸다.

고아성은 유관순을 연기하면서 느꼈던 감정에 관해 설명할 때 “죄송했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평소 유관순을 가깝게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미안함 때문이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도 컸다. “그 동안 여러 영화를 찍으면서 감독님들한테 힘들다고 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었어요. 감독님이 유관순을 배역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옆에 있다고 생각하라고 하시더라고요.”

‘항거:유관순이야기'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항거:유관순이야기'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유관순과 등장하는 8호실의 25명 여성의 이야기다. 수원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기생, 다방 직원, 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 등 독립 운동을 펼치다 잡혀 들어온 여성들이다. 역사적으로 잘 다뤄지지 않은 이 평범한 사람들은 힘든 옥사 생활 속에서 연대하며 서로를 보듬는다. 유관순과 함께 만세운동 1주년을 이끈 숨은 위인이다.

“이 영화가 한 인물을 중점적으로 따라가지만 영화의 가장 큰 지점이 8호실 수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저도 영화를 통해 알게 됐어요. 관객들이 그 인물들의 진심까지 다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항거:유관순이야기'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항거:유관순이야기'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여성 배우들이 많았던 촬영 현장은 고아성이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어떤 배우가 ‘생경하지 않아?’라고 묻더라고요. 제가 고등학생 때 여자 반이었어요. 그때는 무언가를 말하지 않아도 서로에 대해 잘 아는 분위기가 있었죠. 이번 현장에서 그때 그 느낌이 들었어요.”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주년이 된 올해, 고아성이 유관순을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을까. 그는 오히려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했다. “독립을 맞이한 지금의 상황을 보여주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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