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 ⓒ이십세기폭스코리아

18세기 영국 여왕 앤(올리비아 콜맨)은 군주로서의 능력은 탁월하지 않다. 프랑스와의 오랜 전쟁으로 국고는 바닥났지만 뚜렷한 해법을 가지고 있진 않다. 앤은 오랜 친구 사라 제닝스(레이첼 와이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울 뿐이다. 사라는 앤의 총애를 받으면서 권력의 실세로 자리 잡았다. 그러던 중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의 하녀 애비게일 힐(엠마 스톤)이 등장한다. 신분상승을 노리는 애비게일이 앤의 눈에 들면서 앤과 사라의 관계는 불안정해진다.

21일 개봉하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여왕에게 사랑을 받기 위한 두 여성의 미묘하고 처절한 다툼을 그렸다. 사랑에 빠지지 않은 인간은 동물이 된다는 독특한 설정의 영화 ‘더 랍스터’(2015년)를 연출한 요르고스 란티모스(그리스) 감독의 신작이다. 올리비아 콜맨, 레이첼 와이즈, 엠마 스톤 등 여성 배우 셋을 스리 톱으로 내세웠다. 누구 하나 가리기 힘들 정도로 대사와 표정을 각자의 캐릭터로 완성도 있게 녹여낸다. 여성이 권력과 성에 대한 욕망을 가진 주체적 인물로 등장하고 남성이 주변인으로 나온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적 관점이 포착된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상 10개 부문에 후보로 오를 정도로 해외 평단의 관심도 크다.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에 등장하는 세 인물 모두 외로움의 범주 속에 있다. 앤은 예측불허다. 이유 없이 자주 감정이 바뀐다. 앤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경쟁하는 사라와 에비게이는 서로 불꽃이 튄다. 영화는 이들의 경쟁을 코믹하면서도 날카롭게 잡아낸다. 싸움이 계속되면 깊은 상처만 남는 것처럼 둘의 모습은 뒤로 갈수록 추악해진다. 권력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민낯이다. 주변인으로 등장하는 남성 귀족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리 경주대회를 하면서 껄껄 웃거나 벌거벗은 남성에게 토마토를 던지는 귀족들의 모습은 인간의 또 다른 밑바닥이다. 영화는 세 인물간의 심리묘사를 치밀하게 살리고 절묘하게 나오는 음악으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조절해 119분 동안 힘 있게 펼쳐진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은 남성보다 우위에 있다. 남성들의 소유욕을 채우기 위해 그려지는 여성은 이 영화에 없다. 애비게일은 자신에게 다소 강압적으로 구애를 펼치는 남성 귀족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라는 남성 정치인들을 대신해 행정 업무를 살핀다. 18세기 영국 남성들은 가발을 썼지만 이 영화에서는 여성에 비해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남성들은 여성보다 화장이 짙어 얼굴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선명한 얼굴로 등장하는 여성과 대조적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183벌의 의상과 실제 촬영장소로 이용한 17세기 건축물 ‘햇필드 하우스’의 화려한 내부 등 작품 외적으로도 ‘보는 맛’이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 ⓒ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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