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성폭력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가해자 측으로 흘러 들어가는 일이 발생한 사실을 파악하고 신상정보 관리를 다룬 규정을 정비할 것을 법원행정처장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법원이 성폭력범죄 가해자측이 신청한 사건기록 사본을 교부할 때 피해자 인적사항을 익명 처리하지 않은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해당 지방법원장에게 담당자 주의 조치 및 직원 직무교육, 법원행정처장에게는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신상정보 비실명 조치를 위해 재판기록 열람·복사 관련 규정 정비를 권고했다.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배우자인 진정인은 “법원의 사건기록 열람·복사 담당자가 피해자 인적사항이 기재된 복사본을 가해자측 변호사에게 교부해 신상정보가 유출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성폭력범죄 사건 가해자 측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 법원에 사건기록 복사를 신청해 교부받는 과정에서 피해자 인적사항이 그대로 기재된 사본을 교부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가해자 측 변호사는 사본에 적힌 피해자의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을 보고 공탁금 신청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했고, 진정인은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기재된 법원의 공탁 통지서를 수령한 것이다.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는 “법원 담당자의 부주의로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가해자가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에 놓여 피해자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관련 규정에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신상정보에 대한 비실명화 조치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책임이 전적으로 법원 담당자 개인에게만 있다고 보지 않았다.

현재 검찰은 사건기록 열람․복사 신청 교부 시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생명·신체의 안전, 생활 평온 등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그 범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검찰사무규칙에 규정하고 있다. 반면 법원의 재판기록 열람·복사 규칙 및 예규에는 이 경우, 비실명화 조치 사유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법원 담당자는 “형사사건 재판기록 열람‧복사 시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실제로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본인의 업무 과실로 피해자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심려가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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