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쿨미투 나선 북일고 졸업생 이유진씨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 대한민국 정부는 응답하라!’ 집회에 참석한 이유진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활동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 대한민국 정부는 응답하라!’ 집회에 참석한 이유진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활동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제가 독일에서 태어났는데 제가 졸업한 북일고의 남학생들이 ‘남자애들을 잘 빨아줘서 독일산 진공청소기’라는 말을 하며 성희롱을 일삼았습니다. 제 친구에게는 ‘멍청하고 몸매가 좋다는 의미로 가슴 달린 고릴라 같다’는 얘기를 했어요. 평소에도 여자를 많이 사귄 친구에게 ‘권력자’라고 불렀고, ‘여자는 3일에 1번씩 때려야 한다’는 말도 했어요.”

16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개최된 서울 2차 ‘스쿨미투’ 집회에서 북일고 스쿨미투 사례에 대해 발언한 이유진(19)씨는 자신이 스쿨미투에 나서게 됐던 상황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북일고 국제과를 졸업한 이씨는 이번 집회를 기획할 때 청소년페미니즘모임 스태프로 참여했다.

이씨는 2016년 자신을 특정한 발언들을 들었지만 고발을 하지 못하다가 2018년 다른 피해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그 해 4월 스쿨미투에 나섰다.

“당시 기숙사에 살던 남학생들이 여학생에 대한 성희롱을 일삼는다는 얘기를 들어서 상황을 알고 있었어요. 이에 대한 녹음자료를 구할 수 있었고 이를 증거로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가 열렸어요. 성희롱을 하던 남학생은 여러 명인데 학폭위는 직접적인 발언을 한 학생 1명만을 상대로 열렸어요.”

학폭위 결과, 가해자가 자신에게 사과를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오해할 만한 말을 해서 미안하다’라는 편지만 받고 사건은 종결됐다. 이씨는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었지만 반성하는 태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편지가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이어진 2차 가해들이었다.

“스쿨미투 고발을 하자 제가 바지를 입는다는 이유만으로 남학생들이 ‘동성애자’라며 인격 모독을 했어요. 이에 더해 학부모들도 동성애자라는 소문을 냈고요. 제가 페미니스트여서 남학생들이 대학을 진학하는 것을 방해하려고 한다는 소문까지 내면서 모함을 했어요.”

이씨는 자신이 겪은 사건 결론에 대해 “불만은 많지만 학폭위가 열렸고 증거자료가 명확했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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