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의붓딸에게 술을 먹이고 수차례 성폭행한 서울시 공무원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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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인 처제를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봉수)는 지난달 17일 우울증으로 입원한 언니를 대신해 조카를 돌보려고 한국을 찾은 캄보디아인인 아내의 여동생을 1년 동안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 여성이 성폭행 당시 소리치거나 저항하지 않은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과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 등 6개 시민단체는 13일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단체들은 재판부가 친족성폭력의 특성과 이주여성이 처한 현실에 대한 몰이해는 물론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고 가해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평소 가해자가 언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봐 피해자가 공포심을 가졌고, 가해가자 ‘언니를 못보게 하겠다’고 협박한 점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재판부 판결을 비판하고 있다.

단체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형부가 말을 듣지 않으면 언니를 병원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겠다고 위협했다. 한국어가 서툴고 법과 제도를 잘 몰라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기 어려웠다”고 재판부에 진술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범죄 발생 당시 물리적 저항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시민단체는 “피해 여성은 성폭행 당시 잠이 든 조카들이 깨어나 충격을 받을까 봐 소리치지 못했다. 가해자의 잦은 가정폭력에 결혼이주여성은 4차례나 쉼터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피해 여성은 22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시민단체는 2심 재판부에 “이주민으로 복합적인 차별을 겪은 피해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피해 여성이 일상을 찾을 수 있도록 사법 정의를 바로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7월에도 10대 조카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30대에게 “삼촌이 조카를 때리거나 위협한 사실이 없는데다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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