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고은 시인이 최영미·박진성 시인, 언론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 공판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최영미 시인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고은 시인이 최영미·박진성 시인, 언론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 공판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고은(86) 시인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최영미(58) 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는 15일 오후 고 시인이 최 시인과 박진성 시인, 언론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영미 시인과 언론사의 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박 시인에 대해서는 10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최 시인의 성추행 의혹 제기에 대해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돼 있고, 특별히 허위로 의심할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박 시인에 대해선 “제보 내용이 공익성 인정된다고 하지만 박 시인이 지목한 성추행 피해 여성이 특정되지 않는 등 제보 내용을 진실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최 시인은 재판부의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라며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뻔뻔스럽게 고소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문단 원로들이 도와 주지 않아 힘든 싸움이었다”며 “진실을 은폐하는데 앞장선 사람들은 반성하기 바란다”고 했다. 또한 미투시민행동 등 여성단체와 법률 대리인인 조현욱·차미경·안서연·장윤미·서혜진 변호사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앞서 최 시인은 지난 2017년 9월 고은 시인의 상습적인 성추행을 고발하는 시 ‘괴물’을 지난해 한 계간지에 발표했다. 이 사실이 2018년 2월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최 시인은 방송 뉴스에 출연해 고 시인의 성추행이 상습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최 시인의 용기있는 고발이 미투 운동을 확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박 시인도 최 시인의 주장처럼 고 시인의 성추행을 목격했다고 폭로했고, 한 언론사가 이를 폭보도했다. 이에 고 시인은 이들을 상대로 10억7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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