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일 평창평화포럼
‘젠더와 평화’ 세션 열려
예멘·미국·한국 전문가 논의
유엔 1325호 결의안 기반해
평화협상에 여성 참여 요구

11일 열린 2019 평창평화포럼 ‘젠더와 평화’ 세션에서 참가자가 질의를 하고 있다. 이날 모인 여성 평화 운동가들은 분쟁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의 모든 과정에 여성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
11일 열린 2019 평창평화포럼 ‘젠더와 평화’ 세션에서 참가자가 질의를 하고 있다. 이날 모인 여성 평화 운동가들은 분쟁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의 모든 과정에 여성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

세계 각국에서 모인 여성 평화 운동가들은 평화 안착을 위해서는 분쟁의 피해자이자 평화의 당사자인 여성이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세계 평화로 이어질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여성의 실질적인 참여가 보장되고, 성인지 관점이 반영돼야 지속적인 평화 안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강원도는 평창동계올림픽 1주년을 기념해 9~11일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2019 평창평화포럼을 열었다. ‘평창에서 시작하는 세계평화’라는 주제로 열린 행사에는 세계 50개국 200여개 단체, 500여명의 평화실천가가 참석해 평화와 인권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10일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원장 박기남) 주최로 열린 ‘젠더와 평화’ 세션에서는 예멘, 미국, 한국 등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성 평화 운동가들이 여성·평화·안보를 주제로 머리를 맞댔다.

발제자로 나선 마빅 카브레라-발레자 여성피스필더의 글로벌 네트워크(GNWP) 대표는 ‘여성, 평화, 안보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325호’(이하 결의안 1325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평화 협상에서 여성의 참여를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2000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결의안 1325호는 분쟁 해결과 평화 구축 과정에 여성의 참여와 성인지적 관점을 확대를 강조한다. 한국 정부도 2014년 제1기 국가행동계획을 마련하고 이행해 왔다.

평화 운동가인 카브레라-발레자 대표는 “결의안 1325호에 따르면 모든 분쟁과 평화 정착 과정에서 성평등 문제가 고려돼야 분쟁 상황에서 여성의 권리가 보장되며 평화 구축 과정에서도 여성들의 경제적으로 회복해 구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부장적 제도와 젠더 불평등, 여성인권 활동가 대한 위협, 정치적 문제 등으로 인해 평화 협상에서 여성의 참여가 배제되고 있다.

©여성신문
젠더와 평화 세션에 참석한 박기남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 원장, 양민석 강원도 보건복지여성국장, 김엘리 명지대학교 객원교수, 지은희 강원여성연대 공동대표, 마빅 카브레라-발레자 여성피스필더의 글로벌 네트워크 대표, 레합 알사르가비 개발의비전 프로젝트 매니저, 마고 오카자와-레이 캘리포니아 밀즈대학 교수, 김숙임 조각보 대표, 이건정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장(왼쪽부터). ©여성신문

필리핀 출신인 그는 필리핀 정부와 이슬람계 최대 반군단체 모로 이슬람 해방전선(MILF) 사이의 평화협상을 예로 들며 여성 참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양측은 50년 가까이 벌인 내전 끝에 2014년 3월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그 과정에서 여성 인권 단체는 결의안 1325호를 바탕으로 여성 참여를 적극 요구했다. 그 결과, 정부 협상 패널 좌장에 여성인 미리암 코로넬-페러가 임명됐고, MILF 대표단에서 여성인 라이사 자주리가 임명됐다.

카브레라-발레자 대표는 “이 평화협정으로 체결된 평화조약에는 여성의 정치 참여 보장과 모든 형태의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됐고, 공식적인 개발기금의 최소 5%를 여성들의 활동에 할당한다는 점도 명기됐다”고 설명했다.

예멘 평화운동가 레합 알사르가비씨는 2015년 시작된 내전으로 인구의 70%가 식량 부족 상태를 겪는 예멘의 현실을 소개하며 “예멘은 결의안 1325호를 채택했으나 국가행동계획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는데, 여러 연구를 보면, 젠더 격차와 내전이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면서 “예멘도 심각한 젠더 불평등이 지금의 분쟁을 부채질하는 중요한 연료 역할을 했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7년 성격차 보고서에서 예멘은 144위로 최하위권이다.

알사르가비씨는 “분쟁 해결을 위한 모든 어젠다의 핵심에 젠더가 없다면 지속가능한 평화는 성취할 수 없다”면서 “평화를 만드는 과정의 모든 차원에 여성이 참여하지 않으면 공정한 평화협정을 이룰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은희 강원여성연대 공동대표는 “여성에게 평화는 이념 대립 같은 거대담론이 아니라 전쟁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가족 상실과 해체 같은 생존이자 일상의 문제”라며 “세계 유일의 분단 지자체인 강원도에서는 지역 여성들이 평화의 주체가 되기 위해 교육과 토론회, 평화네트워크 구성 등을 통해 평화 역량를 강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김숙임 (사)조각보 대표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여성교류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며 “정부와 여성, 그리고 시민도 평화를 위한 역량이 있는 만큼 우리는 세계의 비핵화라는 평화의제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수용이 용이했던 위안부, 영유아 문제에서 넘어 다양한 여성의제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여성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전문가를 양성하고 강력한 여성연대로 함께 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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