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신문·추가 증언·성인지 감수성… '안희정 유죄' 판결 결정타
피고인 신문·추가 증언·성인지 감수성… '안희정 유죄' 판결 결정타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9.02.13 13:08
  • 수정 2019-02-13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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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씨 변호인단이 밝힌
안희정 사건 2심 판결 쟁점
1심서 ‘피해자로 보기 어렵다’는
근거로 제시된 ‘와인바 담소’
2심서 안희정 전 지사도
“가이드 부부와 동석” 진술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항소심에서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 받은 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항소심에서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 받은 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월 1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10건을 모두 무죄라고 밝힌 1심 판결을 완전히 뒤집는 대반전이었다.

안 전 지사의 1심을 심리한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조병구)는 피해자 김지은씨가 성폭행 피해 전후 보인 행동을 들어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보고 안 전 지사의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첫 번째 피해 직후 안 전 지사가 좋아한다는 순두부 식당을 열의를 갖고 찾은 점 △안 전 지사와 단둘이 와인바에 가려고 한 점 △안 전 지사 단골 미용실에서 머리를 한 점 등이다.

반면,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형사12부(재판장 홍동기)는 “정형화한 피해자 반응만 정상적인 태도로 보는 편협적 관점”이라며 ‘피해자다움’을 요구한 1심 판결을 뒤집고 공소사실 10건 중 9건을 유죄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김씨 측 변호인단은 “피해자 진술 뿐 아니라 피고인 진술에 대해서도 일관성, 합리성, 제3자 증언과의 부합성 등을 따져 신빙성을 가린 성폭력 사건 심리구조의 발전적 사례를 보여준 판결이었다”고 평가했다.

김두나 변호사 등 김씨 측 변호인 9명은 12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2심 판결 쟁점분석 변호인단 간담회’를 열었다. 변호인단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피고인 진술 신빙성 △성인지 감수성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 진술 신빙성 가리려고
피해 직후 행동으로 평가한 1심

김혜겸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피해자 진술은 주요 부분에 일관성이 있고 사건 당시 상황, 피고인(안희정) 행위 세부 내용, 피고인과 피해자의 상호적 행동과 반응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하기 어려운 세부적인 사항까지 상세히 묘사했다고 2심은 봤다”며 “여기에 피해자 진술에 부합하는 추가 증언도 있었기에 신빙성이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가 TV에 출연해 피해사실을 알린 경위에 대해 “전임 수행비서에게 피해사실을 알리자 즉시 피고인과 그 측근들에게 연락이 와 신변에 문제가 생길 염려가 커 방송에 출연하게 된 것”이라며 “피해자가 언론사 기자에게 ‘중요한 건 실질적인 처벌과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고 보낸 메시지를 비춰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 목적 등으로 허위로 피해사실을 지어냈다거나 무고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다가 볼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판시했다.

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 성폭력 사건 2심 선고 대응 기자회견’이 열려 참석자들이 유죄판결을 환영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 성폭력 사건 2심 선고 대응 기자회견’이 열려 참석자들이 유죄판결을 환영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2심선 피고인 방어권 보장하고
성인지 감수성 반영해 판결

2심에선 피해자 진술을 뒷받침하는 증언도 추가로 나왔다. 김 변호사는 “전직 수행비서 2명이 피해자로부터 피해 사실을 전해들었다고 밝혔는데, 피고인이 이 두 사람이 자신을 음해하거나 모함할 이유가 없다고 진술하면서 두 증인의 진술을 2심 재판부가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1심에서 이뤄지지 않은 안 전 지사의 진술이 2심에서 진행되면서 1심 무죄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던 피고인 측 주장들도 모두 뒤집어졌다.

특히 1심 재판부는 ‘피해를 입은 당일 피해자가 피고인과 단둘이 와인바에서 와인을 마시고 싶어한 것은 피해자의 행동이라 보기 어렵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인 반면, 2심 재판부는 피고인 진술과 동석한 통역관 부부의 진술을 들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 전 지사도 “현지 가이드 부부와 함께 동석했다”고 밝혔다.

‘성인지 감수성’이 반영된 이번 판결이 무죄 추정의 원칙 등의 형사재판 대원칙을 무너뜨리는 것 아니냐는 비난에 대해선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만 가지고 모든 것을 믿어준다는 것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잘못된 오해이자 비난”이라는게 변호인단의 설명이다.

서혜진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가 처한 상황, 가해자와의 평소 관계(권력 관계), 사건 발생 경위 등을 심리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이 말하는 성인지 감수성”이라며 “성인지 감수성은 형사재판 대원칙인 가해자의 방어권, 무죄 추정의 원칙, 증거재판주의와 배척되는 것이 아니이며, 형사재판 대원칙과 함께 발전돼야 하는 성폭력 사건에서의 심리기준”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은씨의 변호인단이 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 성폭력 사건 2심 선고공판 후 재판부의 실형선고를 기뻐하고 있다.
김지은씨의 변호인단이 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성폭력 사건 2심 선고공판 후 환하게 웃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유죄 판결 이끈 9인의 여성 변호사들

1심 판결을 뒤집고 2심에서 재판부의 유죄 판결을 이끌어 낸 데는 9인의 여성 변호사의 힘이 컸다. 김두나·김혜겸·문은영·서혜진·소라미·장경아·장윤정·정혜선·최윤정 변호사는 피해자 김지은씨의 법률 대리인으로서 변호인단을 구성해 재판에 배석했다. 피해자를 향한 근거 없는 비난과 사생활 음해를 담은 악성댓글을 고발하는 등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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