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빅데이터 분석 결과
‘미투 운동’ 가장 주목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빅데이터 분석 기관인 타파크로스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시점인 2017년 7월1일부터 1년 6개월 동안 매스 미디어 및 소셜 미디어에서 큰 화제가 된 정치, 경제, 사회 이슈를 토대로 크게 5단계를 거쳐 시대정신을 도출했다. 약 4000개 이슈 후보 리스트를 확보하고, 해당 후보 리스트 중 매주 화제성 상위를 차지한 최종 분석 대상 리스트 총 780개를 추출했다(1단계). 이런 이슈 리스트 중, 정치, 사회, 경제 분야별 중요도가 높은 핵심 이슈 상위 10개를 선정했다(2단계). 선정된 이슈별로 연관 키워드(13만5000개)를 추출했다(3단계). 선정된 핵심 이슈에 대한 공통 키워드를 추출해 약 100~150개 내외의 공통어를 분리했다. 이를 기반으로 국민들이 이슈의 원인으로 지적한 내용과 이를 통한 니즈, 내재된 가치를 구분했다(4단계). 이슈 및 가치의 연결 구조를 파악하고 중요 및 공통 키워드를 도출했다. 이를 통해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을 도출했다(5단계).

우선, 분야별 이슈에 대한 국민 주목도를 보면 예상을 깨고 사회 이슈(57%)가 정치(36%)와 경제(7%)보다 훨씬 높았다. 총 334개 사회 이슈 중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이슈는 미투 운동(15.3%), 구하라 남자친구 폭행(3.9%), 이수역 폭행 사건(3.5%),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3.3%), 한샘 성폭행 논란(2.5%) 등이었다. 이런 이슈들의 원인으로 젠더 폭력(18.7%)이 가장 많았다. 범죄(16.6%), 차별 철폐(6.0%), 여성인권(2.8%) 등도 상위에 포진했다. 국민들은 ‘안전한 사회’(37.2%)에 대한 니즈가 가장 컸고, ‘평등한 사회’(11.1%)에 대한 욕구도 높았다. 결론적으로, 젠더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성차별로부터 자유로운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가 사회 분야의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빅 데이터 분석 결과가 주는 함의는 남성과 여성 간 성 차별 문제 및 신체적 안녕을 위협하는 폭력 및 강력 범죄 때문에 사회적 질서 확립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에 만연하는 성 차별 등 그간 사각 지대에 존재하던 사회문제에 대한 대중의 문제의식이 환기되면서 공정성과 평등함에 대한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시대정신에 힘입어 불법촬영(몰카) 범죄와 사법부의 ‘편파 판결’을 규탄하는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가 출범했다고 본다. 작년 12월 역대 최다 인원인 11만명 기록을 세운 6차 시위를 마지막으로 불편한 용기 주도 집회는 무기한 연기됐다. 하지만 이 단체 운영진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미투 운동의 불을 당긴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검사장은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수행 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도 징역 3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위력이 존재는 했으나 행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던 1심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업무상 위력을 동원해 비서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권력형 성범죄’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다. ‘존재만 하는 위력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대법원이 “성폭력 사건 심리 때 피해자가 처한 상황, 심리적 상태, 피고인과의 관계 등 종합적인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 파악하는 ‘성인지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고 판시한 취지에도 부합한다. 타인이 원치 않는 일을 하도록 하는 유형·무형의 힘을 이용한 성폭력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것도 의미가 크다. 이번 판결로 우리 사회 성폭력 사건의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여하튼 성폭력과 관련 이런 정의롭고 역사적인 판결들이 나온 것은 시대정신의 힘이다. 그러나 시대정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와 국회는 사회적 합의 도출과 법 개정을 위한 실천하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가령, 성차별적 권력구조를 바꾸고,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행 여부를 가르는 법규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단언컨대, 시대정신을 외면하고 조롱하는 세력이나 개인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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