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물어봤습니다] “물뽕 팔아요?”… 바로 답 왔다
[직접 물어봤습니다] “물뽕 팔아요?”… 바로 답 왔다
  • 김서현 기자
  • 승인 2019.02.14 07:53
  • 수정 2019-02-14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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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SNS에서 버젓이 물뽕 판매
한 시간 동안 판매자 6명과 접촉
물뽕 알려진 것보다 체외배출 빨라
이수정 교수 “약물 유포되고 범죄 주로
일어나는 현장 관리감독 필요”

 

‘물뽕’ 판매업자와 대화를 나눈 캡처화면. 판매업자는 기자가 약물을 이용해 범죄를 모의하는 데도 전혀 말리지 않았다. 
‘물뽕’ 판매업자와 대화를 나눈 캡처화면. 판매업자는 기자가 약물을 이용해 범죄를 모의하는 데도 전혀 말리지 않았다. 

11일, 포털 사이트와 SNS에  ‘물뽕’을 검색하자 판매 사이트가 줄줄이 떴다. 한 판매자에 말을 걸자 2분이 되지 않아 답이 왔다. 효과를 의심하자 판매자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운영 5년차로 많은 단골을 갖고 있다. 한 사람이라도 단골로 모시려 하지 돈 몇 푼 벌고 문 닫으려 하지 않는다.”

가격은 한 병 3회용 30만원, 6회용 55만원이었다. 물뽕 검색부터 계좌번호를 받아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15분 남짓이었다. 다음 판매자를 찾기도 어렵지 않았다. 다음 판매업자 역시 1분 만에 답이 왔다. 일본 수입 제품으로 효과가 확실하다며 절대 들킬 일 없다고 자신했다. 이번 판매업자는 조금 더 저렴했다. 25만원이었다. 

한 시간 동안 찾은 판매자는 총 7명, 그 중 답장을 받은 판매자는 6명이었다. 일본산, 유럽산, 미국산이라며 저마다 효과를 확실히 보장한다고 구매를 부추겼다. 

그룹 빅뱅 승리가 운영해 유명세를 탔던 클럽 버닝썬이 흔히 물뽕이라 불리는 마약 GHB(Gamma-Hydroxy Butrate)를 이용한 성폭력을 방조했다는 의혹까지 일며 강간약물에 대한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버닝썬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김상교씨는 SNS에 “버닝썬 고액테이블 관계자들, 대표들이 술에 물뽕 타서 성폭행 당한 여자들 제보도 들어오고 방송사 촬영도 했다”며 주장했다. 

이후 외국의 유명 포르노 사이트에 해당 클럽 VIP룸 화장실을 배경으로 약물강간을 당하는 듯한 여성의 동영상이 게재 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해당 영상은 11일 현재 삭제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클럽 버닝썬에 대한 전담수사팀을 꾸려 내사 중이다. 

외국 유명 포르노 사이트에 올라온 클럽 버닝썬에서 이루어진 약물강간 영상. 현재는 삭제됐다.
외국 유명 포르노 사이트에 올라온 클럽 버닝썬에서 이루어진 약물강간 영상. 현재는 삭제됐다.

 

GHB, 물뽕은 ‘물에 타먹는 히로뽕‘이라는 뜻으로 중추신경 억제제의 일종이다. 술과 함께 복용하면 정신이 몽롱해지다가 의식을 잃는다. 강간약물로 각광 받는 데는 약 성분이 24시간 이내 인체에서 빠져나가 사후추적이 불가능한 데다 술과 음료에 섞어도 색과 향이 없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유엔마약위원회는 2001년 GHB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했고 우리나라도 같은 해 GHB를 마약류로 지정했다. 그러나 원재료를 구하기도 쉽고 제조방법 또한 쉬워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심지어 포털사이트에 제조방법까지 올라와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GHB는 24시간 내 인체에서 배출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빨리 배출된다”며 “실제 GHB 약물 범죄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 후 소변검사를 해도 즉시 체취 하는 경우가 없다 보니 국과수에서는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잘 없다. 검사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약물 특성 문제로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다”라고 밝혔다.

한국의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는 증가추세다. 약학회지 제 59권에 실린 ‘약물관련 성범죄 사건 유형 분석 및 검출 약물 경향’에 의하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국과수 본원에 약물감정이 의뢰된 성범죄 관련 건은 총 555건이었으며, 연도별 분포는 2006년 28건(5%), 2007년 10건, 2008년 38건, 2009년 75건, 2010년 91건, 2011년 133건, 2012년 180건으로 매년 증가추세다. 

강간약물을 이용한 성범죄의 배경에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강간문화가 있다. 레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 따르면 강간문화는 강간이 만연한 환경, 미디어와 대중문화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규범화하고 용인하는 환경을 말한다.

김모씨는 자신이 약물강간 피해를 입던 때 주변 남성들의 협조가 있었다고 말한다. 클럽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여러 남성이 자신을 둘러 싸 친구들과 떨어지게 하고는 칵테일이라며 이상한 술을 먹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몰아갔다고 한다. 

김씨는 “한 잔만 먹고 친구들에게 돌아가야지 했는데 마시고 곧바로 필름이 끊겼다. 눈을 떴을 때 모텔에 혼자 알몸으로 누워있었다”며 “휴대전화는 클럽 화장실에 버려져있었다. 그 후 다시는 클럽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강간약물의 무분별한 사용 배경에는 성의 상품화라는 사회문화적 배경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물뽕은 관리감독 제재가 쉬운 다른 약물, 프로포폴 등과 달리 장소와 경로가 특정되지 않는다. 온라인과 우편을 통해 이루어지는 거래를 모두 단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일부 유흥업소에 대량 유포된 것으로 보인다”며 “준강간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문화와 싸우고 또 사건 자체가 일어나는 현장인 유흥업소 현장을 단속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간약물이 세상에 알려지며 분노한 여성들은 행동에 나섰다. SNS에서 해시태그 운동 ‘#남성약물카르텔’을 벌이며 클럽 버닝썬의 전면조사를 요구하고 3월 2일 2시, 혜화역에서 남성약물카르텔 규탄 시위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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