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신년 국정연설서
여성 참정권 운동 상징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부터
최연소 여성 코르테즈까지

미국 민주당 여성 국회의원들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 내에서 흰옷을 입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들은 여성을 폄하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저항과 여성 참정권 운동을 기념하는 의미로 흰옷을 입고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참석했다.
미국 민주당 여성 국회의원들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 내에서 흰옷을 입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들은 여성을 폄하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저항과 여성 참정권 운동을 기념하는 의미로 흰옷을 입고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참석했다.

 

미국 민주당 여성 상·하원 의원들이 흰색 옷을 입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에 참석해 여성들과의 연대를 표명했다.

이들은 사전 계획대로 미 전역에 걸친 여성의 연대를 존중하고, 여성의 권리를 지키자는 의미로 흰옷을 입고 5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참석했다. 흰색은 20세기 초 영국에서 여성 참정권 운동을 벌인 여성들인 ‘서프러제트(Suffragettes)’를 상징하는 색이다. 이 덕분에 영국에서는 1918년 2월 일부 여성들에게 처음으로 투표권이 주어졌다. 이후 1920년에는 미국 여성에게 투표가 허용됐다. 내년이면 미국 여성 참정권은 100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중간선거 후 올해 개원한 미국 116대 의회는 상·하원 모두 535명이며 여성 의원은 24%로 127명이다. 이중 민주당이 106명, 공화당이 21명이다. 여성정치 돌풍으로 급증한 수치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해 최초의 여성 무슬림 의원인 오마르, 미 역대 최연소 여성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등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이날 흰옷을 입고 회의장에 모여 앉았다. 이들은 서로의 모습을 보고 환호하거나, 의사당 곳곳에서 주먹을 불끈쥐고 단체사진을 찍었다. 딘 필립스 하원의원 등 일부 남성 의원도 흰색 슈트나 리본으로 연대 의사를 표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여성워킹그룹의 대표인 브렌다 로렌스 하원의원은 이날 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늘 우리는 여성참정권 운동가들에 대한 연대의 표시로 함께 흰옷을 입기로 했다”며 “여성에 대해 눈을 감고 있는 정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이다”라고 말했다. 초선의원 에이야나 프레슬리 의원도 “오늘 백악관에 ‘우리의 연대는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국정연설을 위해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도착해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국정연설을 위해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도착해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민주당 여성의원 모임은 공화당 여성의원들에게도 흰색 옷 착용을 요청했으나 공화당 측은 검은색 의상을 주로 입어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현지매체에 따르면 공화당원인 엘리스 스테파닉 의원만이 흰옷을 입는 이 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제성장을 강조하는 부분에서 “여성들이 지난해 새로 창출된 일자리의 58%를 채웠고 미국 직장 내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하자 흰옷을 입은 여성의원들은 다같이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앉지 말라. 다음 말도 좋아할 것”이라며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는 헌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1세기가 지난 지금, 어느 때보다 많은 여성이 의회에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 정치인들은 여성 참정권을 얻어낸 서프러제트에 대한 연대의 표시로 중요한 순간에 늘 흰옷을 입어왔다.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 국정연설 때도 흰 옷을 맞춰 입고 참석했다. 당시 의원들은 서프러제트뿐 아니라 헬스케어와 생식권, 동일노동·동일임금 등 여성 운동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흰 옷을 착용했다. 또 대선 기간 여성을 차별하고 폄하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의미를 담았다.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 의원은 지난 1월 초 하원 개원식 때 흰 옷을 입고 선서를 했으며 트위터를 통해 “나는 오늘 내 앞에 길을 닦은 여성들과 아직 오지 않은 모든 여성을 기리기 위해 흰옷을 입었다”면서 “서프러제트에서 (미국 최초 흑인 여성 의원) 셜리 치좀까지 여성 참정권 운동을 했던 선배들이 없었다면 나는 여기에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앞서 1984년 주요 정당의 첫 여성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제랄딘 페라로, 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전당대회 무대에 흰색 바지 정장을 입고 등장했다.

지난해 국정연설에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흰색 대신 검은 옷을 입고 의회를 채웠다. 전 세계를 강타한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와 '타임스업(#Times Up·때가 됐다)과 연대하는 의미에서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직후 민주당은 대응 연설자로 떠오르는 신인 흑인 여성 정치인 스테이시 에이브럼스를 내세웠다. 지난해 미 중간선거에서 흑인 여성 최초로 조지아주 주지사에 도전했다 아쉽게 패배했다.

에이브럼스는 이날 민주당의 국정연설 대응 연설자로 나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장벽, 반이민 정책,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등을 비판했다.

미국 민주당 여성 국회의원들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 내에서 흰옷을 입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들은 여성을 폄하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저항과 여성 참정권 운동을 기념하는 의미로 흰옷을 입고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참석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 의원(가운데)은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저항과 여성 참정권 운동을 기념하는 의미로 흰옷을 입고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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