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이월

영화 '이월'의 한 장면. ⓒ무브먼트
영화 '이월'의 한 장면. ⓒ무브먼트

보면 볼수록 자꾸 마음이 짠해진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이월’(김중현 감독)은 제목만큼이나 시린 독립영화다. 주인공이 가난에 허덕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난하지만 동정 받기 싫고 자신보다 잘 지내는 친구를 향해 질투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외로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때로는 주인공의 그런 행동이 이해가 안가지만 눈길이 계속 머문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민경(조민경)은 추운 겨울 컨테이너 박스에 산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지만 이마저도 돈이 없어 제대로 하지 못한다. 우연히 소식을 접한 여진(김성령)이네 집으로 가서 머물려고 하지만 그녀가 행복한 모습을 보고 질투심을 느낀다. 결국 민경은 자신의 애인도 아닌, 어정쩡한 관계를 맺고 있는 진규(이주원)와 산다. 민경은 진규의 어린 아들 성훈(박시완)을 돌보며 정착을 시작한다.

영화는 느릿하고 섬세하게 가난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보기만 해도 추운 컨테이너 박스 안, 푸른 잎 하나 없는 들판 풍경은 민경이 머물고 있는 이 현실 자체가 쓸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뜻한 곳에 머무려고 하면 사건이 터진다. 가난을 탈출하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벌지도 않는다. 현실에 순응한 것 같으면서도 체념한 인물로 비친다. 쌓여가는 건 눈칫밥이다. 컵밥(컵라면 크기의 플라스틱이나 종이컵 용기에 먹는 밥)을 먹다 눈치를 보며 주인에게 계란 프라이를 한 장 줄 수 있냐고 묻는다. 그렇게 민경은 항상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린다.

ⓒ무브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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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민경의 단순한 가난을 말하지 않는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하는 이 시대의 평범한 인물을 대변한다. 민경의 주변인들은 민경의 삶보다 나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민경의 주변인들조차 우리가 행복이라는 말하는 삶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자살 시도를 하거나 제대로 된 아내 없이 홀로 아들을 키우는 남편의 모습에서 또 다른 민경이 보인다. 그래서 민경의 모습은 아프지만 자연스럽게 공감이 간다. 이 영화에서 말하는 진짜 배고픔과 추위는 사람 간의 교감이 없을 때 생긴다는 걸 이해하게 된다. 영화는 민경에게 끊임없는 시련을 안기면서 지독한 겨울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민경을 연기한 신인 배우 조민경의 섬세한 연기가 돋보인다. 표정 변화가 많지는 없지만 조용하게 자신의 감정을 얼굴로 담아낸다. 첫 장편 ‘가시’(2011년)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김중현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다. 이 영화로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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